달러·엔 환율이 99엔대를 돌파하면서 2차 엔저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8일(현지시간) 오후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99.10엔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99엔대로 달러·엔 환율이 진입한 것은 3년 10개월만이다.
달러·엔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100엔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5일 발표한 강력한 금융완화정책 효과가 이어진 것이 엔화 약세의 배경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해외 펀드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팔자주문과 함께 엔 매도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앞으로 3개월 내에 100엔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리스 워커 바클레이스 통화 투자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장은 오는 26일 열리는 BOJ의 두 번째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정책 발표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3개월 안에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3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또 이같은 엔저 ‘버블’ 현상이 반복되면서 향후 2~3년 간은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사키 도루 JP모건체이스은행 일본 채권·외환 조사부장은 “지금 상황은 2000년대 초반 활발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를 연상시킨다”며 “장기금리 하락을 배경으로 실물 경제에 거품이 생기고 이 거품이 터지면서 엔화 약세 추세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99.75엔이라는 저항선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케다 유노스케 노무라증권 외환 투자전략 책임자는 “피보나치차트를 감안할 때 지난 2007년 6월 최고치인 124.14엔의 50% 되돌림 지점인 99.75엔을 넘어야 100엔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엔저 효과에 힘입어 일본의 실물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액이 6374억 엔(약 9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575억 엔을 크게 웃돈 것이다.
연료 값 상승과 여전히 부진한 수출에 무역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나 엔화 약세 덕분에 해외투자가 늘어나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엔 케리 트레이드(Yen-carry trade)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