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블랙베리 관계자는 “2009년 설립한 한국법인인 블랙베리코리아 철수 작업을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블랙베리 철수설은 앞서 지난 2월에 잠시 나돌았다. 당시 블랙베리 아시아태평양 지부는 “오랜 파트너인 SK텔레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블랙베리 판매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도 한국법인 철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블랙베리는 한국법인 철수와 함께 2011년 시작한 블랙베리 한국 공식 페이스북도 폐쇄하고, 5일부로 글로벌 사이트와 통합한다. 특히 블랙베리는 국내에서 별다른 공지도 없이 한국법인을 철수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시 되고 있다. 단, 국내 블랙베리폰 사용자에 대한 AS(사후지원)는 공급을 맡았던 SK텔레콤을 통해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한국법인 철수와 함께 블랙베리의 신 모델인 ‘Z10’ 국내 출시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Z10 출시에 대해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블랙베리의 한국 철수 배경은 극심한 판매 부진 때문이다.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춘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되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장악력에 밀려 사용자 수가 줄어들며 현재는 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신제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밀려나기 전까지 글로벌 휴대폰 1위를 이어나갔던 노키아도 국내에서 이미 2번의 실패를 맛봤다. 지난 2003년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2009년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마산 노키아TMC공장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사실상 중단, 2년 이상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니 역시 지난 1월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를 소니코리아에 합병하며 사업부를 축소했다.
외산폰의 추락은 국산폰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전략 스마트폰을 최초로 내놓는 강수까지 두며 공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국내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AS 인력과 마케팅 역량도 판매부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팬택과 LG전자가 각각 14%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외산 업체들은 애플과 함께 남은 2~3%를 놓고 각축을 벌이다 하나씩 떠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