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정인혁 교수와 이화여대 인문학부(언어학) 송영빈 교수와 함께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커뮤니케이션북스)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의 의학용어 순화가 이미 만들어진 용어를 국어 어법에 맞게 바로 잡고 표준화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기존의 용어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새 전문용어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매우 실천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의학 전문용어가 시대에 맞춰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좌창’·‘와우’·‘단골’과 같은 난해한 의학 용어가 각각 ‘여드름’·‘달팽이’·‘짧은뼈’ 등으로 순화돼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소통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전문용어는 더 이상 소수 전문가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일반인이 습득하기 위해서는 전문용어를 알아야 지식의 소통이 가능하다."며 "전문용어 역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모두가 소통 가능한 용어로 변화되어야만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의학 전문용어의 진정한 가치는 소통이 가능해야 함을 역설한다. 소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과 어법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영어 ‘disease’가 병, 질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말 큰사전 7판에 의하면 질병, 질환은 병과 완전히 같은 의미로 돼 있어, 이들을 모두 ‘병’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의 전문용어 연구 이력은 화려하다. 은희철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용어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20여 년간 다수의 의학용어집 발간에 참여했으며, 정인혁교수도 대한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장을 맡으며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에 앞장섰다. 송영빈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대표적인 전문용어 연구가다.
은 교수는 “순화된 새 전문용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용이 필요하다”며 “최근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골다공증’을 ‘뼈엉성증’으로 순화시키고 있는 과정에서 언어학자들의 좋은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잘 정착되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의사들의 이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진료 현장과 학술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야만 새 용어의 정착을 앞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