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KB금융 관치 인연 끊어라

입력 2013-03-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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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이 한계를 드러낸 1980년대 이후 각국은 경쟁적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나섰다. 세계대전 이후 ‘해가지지 않는 제국’에서 급격히 쇠락했던 영국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재정을 보전해주고, 온실의 화초처럼 몸집만 키운 경쟁력 없는 거대 국영기업의 환부가 곪아 터지면서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국영기업 민영화는 1,2차 오일쇼크 이후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로 생각됐고, 실제 일정 부분 효과를 봤던 것 역시 사실이다. 개발연대를 지나 경제성장을 가속화한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포스코(옛 포항제철)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됐고, 나름 경쟁력을 갖춰 세계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선진국이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민영화한 기업에 대한 지배 또는 소유욕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가 직접 경영하지는 않지만 정부 인사를 통해 다스리는 관치로 되살아났다.

‘최근 불거진 KB금융지주 내홍 사태도 그 연원을 뿌리깊은 관치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한국판 관치, 국영기업 민영화의 현주소를 여실히 말해준다.

KB금융에 더 큰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낙하산 경영진과 이사회의 권력욕에서 이번 파문이 발생됐다는 점 때문이다. 역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정부 몫(낙하산)이었다. 어 회장 역시 이명박 정권의 사람이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도 대부분 정부와 연결고리가 있다.

정부가 낙점한 지주회장의 힘도 막강하지만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사외이사 역시 회장까지 선임하는 힘을 갖췄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견제할 장치는 없다. 배후의 정부밖에.

결국 민간금융사이면서도 이처럼 정부 손아귀에 잡힌 ‘반관반민’의 지배구조는 KB금융의 독자성을 살리는데 큰 걸림돌이 됐고, 오늘날 신뢰도 추락의 단초가 됐다. 당장 정권 교체시마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줄사퇴는 연례행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KB금융은 1조38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중 3위다. 우리금융지주 덕에 꼴찌는 면했지만 총자산은 4위로 내려 앉았다. KB금융은 은행 부문 의존도가 95.1%로 전체 은행지주 평균인 83.6%를 크게 웃돌았다. 은행쏠림 현상이 심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업황도 ‘빙하기’에 빗댈 만큼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도 권력다툼 삼매경에 빠진 경영진과 이사회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발전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관치가 드리운 KB금융의 어두운 현실이자 원죄다. 해법은 하나다. 관치의 악연, 사슬을 끊는 것이다. 근본적인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KB금융은 관치망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2 제3의 ISS보고서 파문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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