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회장은 항소 기한 마지막날인 지난 15일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유산상속 분쟁 2차전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1일 이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 패소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명분과 실익이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아버지(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이건희 회장이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며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이 빛을 잃었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또한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길 바란다”며 집안의 화목이라는 명분이 더욱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실리적으로도 이 전 회장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1심 인지대만 127억원에 달하고 2심으로 넘어가면 금액이 1심의 1.5배로 늘어나 180억원 가량이 된다. 결국 총 3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은 항소를 단행했다. 소송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CJ측은 집안 내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하기 위해 항소를 만류했으나 이 전 회장의 항소를 향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 측은 1심 판결이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고 청구 대상물이 상속재산이 아니거나 상속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제척기간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초점을 맞춰 2심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은 관련 서류가 상급법원에 송부된 뒤 약 3개월 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