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아파트 시세=지난 2011년 6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국내 재계 순위 22위인 S-OIL 본사가 들어섰다. 당시 인근 아파트 평균 시세는 S-OIL 본사 이전 ㎡당 560만원을 밑돌다가 건물 준공과 함께 560만원을 돌파했다. 전세가격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당 300만원선을 유지하던 전세 시세는 대기업 사옥 이전으로 단숨에 10%가량 상승하면 현재 ㎡당 330만원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강남구의 전세가격 동향을 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매매와 전세 시세가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영업이익 1000억클럽 기업이 가장 많이 위치해 있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이다. 강남구에는 현재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39개가 들어서 있다. 강남구내 동별로 보면 역삼동이 18개로 가장 많다. 이어 삼성동(10개), 대치동(4개) 등의 순이다.
이는 동별 평균 전세 시세가 같다. 역삼동의 평균 아파트 전세는 ㎡당 458만원으로 강남구에서 가장 높다. 이어 도곡동(435만원)과 대치동(426만원), 삼성동(425만원) 등의 순이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시세는 딴판이다. 역삼동 지역 평균 아파트 평균 매매시세는 ㎡당 765만원으로 강남구 11개 동 중 5번째다. 강남구에서 아파트 평균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은 개포동이다. 이는 대기업 사옥이 전세 수요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아파트 가격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대기업이 오피스텔 임대료 견인=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역내 오피스텔 가격 수준을 결정 요소로는 건물의 크기와 서비스 수준, 소유주체, 접근성 등을 들 수 있다. 도심 지역일수록 층수에 따른 임대료 상승폭이 크다. 또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수록 임대료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이한 점은 오피스텔 등 상가의 임대료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대기업 본사의 입주여부라는 점이다. 도시개발 관련 논문 등에 따르면 서울시내 100대기업 본사가 입주한 건물의 평균 임대료가 비입주 건물 수준과 비교해 70%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을 300대기업의 입주 건물과 비입주 건물로 확대해도 임대료 차이는 입주 건물이 비입주 건물보다 41% 높다. 이는 건물의 가치가 입주한 대기업과 연결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기업 본사의 입주 자체가 건물의 임대 서비스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 유치는 로또=대기업 유치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전국 자치단체들은 대기업 본사와 사업소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대기업 공장 유치만으로도 지역이 변하는 학습적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충남 아산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03년 아산시 탕정면에 출하 공장을 세웠다. 이는 아산시를 변모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아산시 인구는 10년새 10만명이상 증가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도 2009년말 기준으로 6303만원으로 충남지역 1위다. 소규모 도시가 경기지역 위성도시급으로 발전한 셈이다.
이와 함께 서울 이외의 대기업 사옥 입주 여부는 주변 주택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시에 비례한다. 포항시 지곡동(포스코)과 구미시 광평동(LG), 울산시 양정동(현대차)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광평동 지역 아파트 매매 시세는 구미시에서 유일하게 ㎡당 160만원을 넘는다. 전세시세도 구미시 지역 평균 매매시세와 비슷한 ㎡당 120만원 이상이다. 지곡동과 양정동 역시 지역 전체 평균보다 매매와 전세가격이 20~30%가량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