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이사하거나 기업들이 사옥을 이전할 때 고려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풍수(風水)’다. 풍수지리가 좋은 곳을 잡아야 대대로 번창한다는 믿음이 우리네 삶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고(故) 이병철 전 회장 시절부터 사옥 터를 정하거나 이전할 때 풍수를 중요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풍수지리와 기업 실적을 연결지었을 때 서울시에서 가장 명당인 구(區)는 어디일까?
201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영업이익 1000억클럽 기업은 250여개다. 이는 10년전 120개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영업이익 1000억클럽의 60%이상이 서울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별로는 서울의 심장 중구가 51개로 가장 많다. 하지만 구별 1000억클럽 기업수 변화 추이를 보면 서울시 최고의 명당은 강남구다. 최근에는 마포구가 신흥 명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영업이익 1000억클럽 기업들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우선 대기업은 지역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인다. 대기업 본사 이전 계획은 인터넷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정보 중 하나다. 특히 최근 10년간 서울시 지역의 구별 아파트 가격 추세를 보면 분명 연관성을 갖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 임대료와 아파트 전세는 대기업이 입주해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지 차이다.
대기업은 지역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최근 뜨고 있는 곳은 서울시 강서구다.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LG그룹이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LG는 2020년까지 6개 계열사를 이주한다는 계약을 강서구와 체결했다. 강서구는 LG그룹이 입성하게 되면 연간 6만명이상의 고용유발 효과와 19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낙후됐던 강서구에 대기업 입성으로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지역 재정자립도에 영향을 미친다. 법인세는 모두 국세로 징수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 입주에 따라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개발이 촉진되면서 인구 유입에 따른 지방세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재정 건전성을 높여줄 수 있다.
이는 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2011년말 현재 전국 자치단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9%다. 자치단체별로 보면 서울시가 단연 1위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85%를 밑도 연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서울시 구별 재정자립도를 보면 대기업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연해진다. 대기업이 가장 많은 중구, 강남구, 영등포구가 재정자립도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서울시 지역별 인구 변화 추이에서도 대기업 수와 비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지역을 살찌우고 좋은 거주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이 많을수록 그 지역은 풍수적으로도 명당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로비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