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암·뇌혈관·심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재원 마련의 어려움으로 대폭 수정되는 방향으로 논의되자, 증세를 통해 공약을 이행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본인부담금을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조정하고 의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특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현행과 같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표적 항암제 약값과 주사료, 치료재료비처럼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치료 부분은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를 건강보험 급여로 충당하고, 현재 75% 수준인 보장률을 2016년까지 100%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연간 1조5000억원, 4년간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재정 부담이 커 공약을 대폭 수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방안대로라면 현재 4대 중증질환의 본인부담금 상한액 최소액(200만원)과 최대액(400만원)이 조정되면서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만 낮아지고 고소득층은 지금보다 의료비를 더 많이 내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의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특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여전히 환자가 부담해 건강보험 확대로 인한 체감은 높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환자권리 팀장은 “상급병실료나 간병비가 선택 사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중증질환으로 입원하게 되면 환자들은 필수적으로 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이미 현행 건강보험 체계는 특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의 비급여를 제외하고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률을 넓혀왔기 때문에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포함하지 않으면 4대질환 100% 보장 공약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90~95%이지만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면 보장률은 75%까지 낮아진다. 비급여 비용의 40%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차지한다.
예병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암이나 희귀 난치병은 한 번 걸리면 가계가 흔들릴 정도로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려면 건보료를 조금 올리더라도 비급여 항목을 최대한 포함하는 것이 의료보험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재원 때문에 공약이 대폭 수정되자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할 경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약 2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 당선인이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 투명화만으로는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4대 중증질환 100% 공약 실행을 위한 재정 추계는 대선 때 이미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재원이 부족하면 공약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세 논의를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권능 연구위원은 “증세나 건보료 인상 없이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 실현이 불가능하다. 세금은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모르지만 건강보험료는 그 목적이 분명해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적다. 건보료 인상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비급여를 보험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