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과거와 비교할 때 대학생들의 꿈은 크게 달라졌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 입사에 인생을 걸고, 나머지는 각종 공무원 시험에 ‘올인’한다. 이것이 대학생 만의 세태일까?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도 사라졌다. 직장을 떠나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어느덧 불문율이 됐다.
이같은 사회적 세태의 원인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 마케팅으로 성공한 롤 모델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닷컴 붐을 타고 수많은 IT(정보기술)분야 중소 벤처기업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전세계 시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쇠락은 대기업들의 견제와 진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대기업이 뛰어들어 물량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인력을 빼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 부품 계열사가 핵심 부품 공급가를 인상해 중소기업을 압박해 경쟁에서 도태시킨 사례도 있다. 결국 시장을 만든 이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는 대기업이 고스란히 차지했다.
이 가운데 박근혜 당선인의 차기 정부가 무분별한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고, ‘손톱 밑 가시 빼기’와 같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눈 높이 지원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잊어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다. 무분별한 퍼주기식 지원으로는 정부의존형 약체기업만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중반 IT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몰락한 또 다른 이유는 선심성 정부 정책의 남발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상실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상당수 IT 중소 벤처기업들은 정부 지원의 기술 개발자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부 자금 따내기에만 매달렸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당장 눈 앞에 있는 정부 자금에만 관심을 둔 이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시장에서 도태됐다.
최근 중소기업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무분별한 퍼주기식 지원은 안 된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기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능력 있는 중기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뒤, 다시 대기업으로 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함은 국가 경제의 명제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신드롬’이 만연된다면 중소기업 강국은 요원한 일이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못 되는 건 정부 지원 탓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창업하고, 그들이 성공의 롤 모델로 부상하는 시점이 바로 한국의 미래가 열릴 때다. ‘경제 성장의 논리’를 떠나 건강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희망의 논리’를 젊은이의 가슴속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는 선심성, 이슈성 정책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더라도 중소기업의 옥석을 가려 지원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소기업 만이 아닌 미래를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