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경제부총리의 부활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의 미래를 기획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과거 박정희 시대 경제기획원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첫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처 간에 서로 칸막이를 칠 때 세금이 낭비되고 효율성도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며 “부처 간에 물 흐르듯이 소통하고 정책 중복을 막으려면 (부처 간 이견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 정치권에서는 경제부총리 부활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그 역할을 박 당선인이 강조한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조직인 미래부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장관은 부총리로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특히 인수위 경제1 분과 간사인 유성걸 의원과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이 과거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분류되고 있어 미래부가 이름만 바꾼 경제기획원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경제기획원과 맥을 같이하는 기획예산처 출신이고 최 의원은 정통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최근 박 당선인의 인재그룹으로 떠오르는 ‘WIDS’(미국 위스콘신대(W), 국책연구기관(I), 대우그룹(D), 서강대(S)) 출신들도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인재그룹이 옛 경제기획원의 우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경제기획원 부활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정관계 인사들은 보고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과 재무부 출신의 권력 싸움은 김영삼 정부가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두 부처를 합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한이헌, 김인호 등 기획원 출신들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사실상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닥치며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임창렬, 이헌재 전 부총리 등 재무부 출신들이 득세했다.
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다시 박봉흠 전 비서실장, 권오규 전 부총리,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청와대와 경제부처 요직을 사실상 독식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윤증현 전 국무총리 권한대행, 강만수 한국산업은행장 등이 실세로 부상하는 등 두 부처 출신들이 교대로 힘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에서는 다시 국가의 그랜드플랜을 만들고 업무 조정 능력이 뛰어난 기획원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