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부동산 매매시장의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전세금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파주 등 수도권 일부에서는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를 골자로 한 ‘9·10 대책’도 급매물 중심의 일시적인 효과만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건국대학교 부동산·도시연구원과 함께 100여명의 부동산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부동산시장 모니터링그룹(RMG)을 운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 4·4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 세종시도 상승률 ‘주춤’…순위 내 미분양 현상도=보고서에 따르면 9·10 부동산 대책 이후 취득세 인하 효과로 매매시장 거래량은 3분기 이후 약 한 달간의 증가세를 보였다가 이후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약간 늘어난 거래량도 대부분 급매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매매가격은 전반적으로 보합 또는 하락추세를 보였다. 특히 중대형평형 가격하락이 지속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포·개포·잠실 등 재건축 단지 매매가격은 10월 일시적인 거래 증가로 약간 올랐다가 11월에 하락추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세금은 서울, 수도권, 지방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증금을 올리더라도 이동하지 않으려는 세입자 성향이 나타나면서 임대차 시장의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방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방 혁신도시에서도 신규 공급물량의 지방집중현상으로 그간 상승세가 꺾였다.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던 세종시의 지가상승률은 최근 급격히 떨어지면서 조정 양상을 보였다.
세종시 신규 분양도 행정타운과 먼 지역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아파트에서는 순위 내 미분양 현상이 나타났고 프리미엄도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세종시 물론 인접 지역인 공주시와 대전 유성구 등의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는 급등했다.
◇ 전세금 올라도 집값도 오른다…‘글쎄’=일각에서는 임대수요가 결국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전세금이 집값에 가까워지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론적·경험적 근거로 볼 때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매매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전망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세가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매매가는 미래시장에 대한 기대치까지도 반영하므로 서로 결정요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면 매매가가 오를 수 있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면 전세가가 높아도 매매가가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최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상승이 주택 매매가 상승의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매시장 자체 요인의 변화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