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이 같이 새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린다는 ‘늘지오’ 정책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 3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이 공염불에 그치자 보다 현실성을 기해 제시한 수치지만, 저성장의 장기화 조짐과 이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고용 심리 위축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업에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스마트 뉴딜’로 IT에 일자리 접목… 청년 일자리도 공들여 = 박근혜표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스마트 뉴딜이다. IT나 과학기술을 교육·관광·유통·의료 등 서비스업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자동차와 조선 등 기존 굴뚝산업이나 농업도 IT와 연계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7.6%(2011년 기준)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는 만큼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학의 창업기지화를 통해 청년창업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정부와 대기업의 공동기금 조성으로 ‘창업기획사’를 설립, 오디션 방식으로 청년층 창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또 정부와 기업 공동출연으로 청년창업펀드를 만들어 청년창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패자부활 기회를 부여한다. 청년층의 해외 취업도 장려,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해외취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해외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K-무브(MOVE)’ 정책을 편다.
중장년층의 경우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실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고 취업아카데미를 설립, 직업교육훈련과 취업지원 서비스로 ‘인생 이모작’을 도울 방침이다.
세대간 일자리 나누기도 추진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다만 박 당선인의 이러한 구상들은 각각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IT서비스 산업 활성화로는 목표만큼 일자리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하면 인력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 당선인이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지난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전국경제인연합회보다 먼저 찾아가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IT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해도 중소기업에서 일자리 창출 보완이 이뤄지도록 당부한 것이란 해석이다.
◇ 2015년까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시정 =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직결돼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처우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 오는 2015년까지 기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고용정책기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징벌적 금전보상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리해고 전 업무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해고회피노력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정리해고 관련 규정도 개정한다.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 발생 시엔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특별예산을 투입해 정리해고자 재취업 지원, 생활비 지급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월급여 130만원 미만(2013년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정부가 지원해 사회보험 적용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현실에 맞게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한다.
또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을 제정,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원청업체 정규직과 동종·유사업무를 할 경우 차별적 처우를 금지키로 했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구상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보다 전향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경기불황으로 위축된 기업들에 근로자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사내하도급법안도 대법원과 노동부에서 파견이라고 인정한 것까지 도급으로 인정해 사내하청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1월 이 법안에 “불법적인 비정규직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