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칼날은 더욱 매서웠습니다. 백화점 입점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대형할인점 영업규제,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의 거리제한 등등 골목상권과 관련된 모든 화살은 유통업계를 향해 있었습니다. 식품업체들은 원자재값이 폭등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차 올리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면 여론이 악화됐고, 규제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나쁜 건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요. 규제와 비난의 높은 파도는 경제불황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성장 일로에 있던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들의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고, 내년에도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어두운 전망만 가득합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한국 유통업계의 미래는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는 비관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나마 닷새 전 끝난 대선 결과에 업체들은 약간의 희망을 보는 듯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그나마 정부의 일방통행적 규제에서 벗어나 경제주체간의 자율적인 조정과 합의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에서 유통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행 제도를 완전히 뒤엎는 것 보다는 점진적 개선이 주를 이뤄, ‘찍어누르기식’의 압박에서 조금 나아질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유통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불합리한 부분이 조금은 개선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내심 기대하는 눈칩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를 둘러싸고 있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의 생산을 요구합니다. 대형마트, 재래상인, 중소자영업자, 납품업자 등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을 말입니다.
다 좋습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다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건 순리일 듯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강자입니다. 오너 자식이나 형제 자매에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유통채널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가난이 가난을 낳는다는 말로 일반 서민들은 절망감만 더 키웠습니다.
하지만 유통업계 오너들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이익추구를 위해 자신들의 절대적 권력을 이용해 자식과 친척, 형과 동생의 먹거리를 챙기는 데 그 어떤 부끄럼도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유통산업을 현재의 자리까지 있게 한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이면에 도사린 ‘별’들의 구태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지만 도덕적이지는 않습니다.
계사년, 뱀의 해 유통업계의 ‘별’들은 뱀처럼 현명함을 갖춰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을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