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사퇴로 두 후보가 마주 앉아 토론하는 형식으로 100분간 진행됐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대선 1,2위 후보 간의 토론인데다 D-3일 열린 토론회라는 점에서 양 측은 목소리를 높이며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 文 “朴, 왜 국정원 여직원 변호하나” = 먼저 박 후보는 “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한 마디 말씀도 없고 사과도 없다”며 “(여직원의)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 범처럼 차를 받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정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그 사건은 수사 중인데 지금 박 후보는 국정원 왜 국정원 여직원을 변호하느냐”고 따졌다.
양측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상대 후보의 정책공약과 재원 마련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박 후보는 “민주당에서 주장한 무상의료야 말로 책임질 수 없는 엄청난 재정이 소요된다. 그것이야 말로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이에 “내 질문은 1조5000억원으로 4대 중증질환을 챙길 수 있냐는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은 MRI에도 적용되지 않고 병실도 6인실만 해당된다. 4인실 정도까지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병실에 6인이 들어가냐, 4인이 들어가냐는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고 일축했다.
◇ 朴 “(반값등록금) 대통령되면 진작했다” = 박 후보는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참여정부 때 등록금이 국공립대는 51.7%, 사립대는 35.4% 폭등했고 이 정부에서는 4% 올랐다”면서 “문 후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그렇게 등록금이 올라서 반값등록금이 대두됐다. 그랬으면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 후보는 “그래서 제가 대통령 되면 진작 했다. 이번에 대통령 되면 할 거다”라고 했다.
또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가 등록금 인상 억제 차원에서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자 박 후보는 “갑자기 왜 사학법 개정 얘기가 나오느냐”면서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두 후보는 전교조와의 관계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특히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와 연계하며 양측의 정책 차이를 보여줬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그간 전교조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었다”면서 “이념 편향적 교육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전교조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이에 “전교조와 함께 해선 안 되는 세력이란 뜻이 내포돼 있는 것 같다”며 “통합을 강조하는 박 후보가 그야말로 교육을 이념적으로 편 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과학기술 발전 방안과 관련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했고 그런 기조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랜 성과를 다 까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후보가 “그 때 박 후보는 무엇을 했나”고 따져 묻자 박 후보는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고 답하기도 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박 후보는 비전제시, 문 후보는 MB정부의 책임론을 각각 들고 나와 자신들의 정책을 잘 제시한 토론회였다”면서 “다만 문 후보는 MB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데 치우치다보니 정작 자신의 비전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근형 윈지코리아 대표는 “박 후보는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고 문 후보는 통합과 이념, 갈등 조정 등을 강조했다”며 “양 측의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박 후보는 정책 면에서는 잘 준비됐지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문 후보는 MB정부 실정에 대해 잘 공격을 했지만 복지·과학기술 등의 문제점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현실적인 답변이 부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