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둑이 챙기던 보너스가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이고 연말 송년회 자리조차 조촐하게 보내면서 연말 증권가가 썰렁해진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연말연시에 별도의 보너스 지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빅5’로 불리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급여 체계에 따라 지급하는 개인별 성과급 외에 특별 보너스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무실적에 따라 주어지는 성과급 역시 없거나 예년과 비교하면 대폭 삭감된다.
A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점 직원들은 실적이 좋을 경우 많은 보너스를 챙겨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며 “하지만 올해는 실적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화된 실적으로 인해 보너스를 받지 못하자 매년 연말마다 부서별로 진행되던 증권사 송년회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에는 회사 분위기가 무거울 뿐만 아니라 실적이 좋다고 해도 송년회를 번듯하게 치를 경우 자칫 눈총을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까지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과거에는 연말만 되면 한 달 내내 송년회를 찾아다녔지만 올해는 송년회 약속이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며 “입사 동기나 친한 동료끼리 조촐하게 송년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증권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올해 우리 지점은 실적이 좋은 편이였다”며 “자축을 하기 위해 송년회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지점들은 실적 부진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얇아진 증권사들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법인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송년회가 사라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 땅바닥에 떨어져 법인카드를 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