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아름다운 CEO 은퇴식을 치렀다.
허 회장은 5일 제4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업체 중 최고인 ‘25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무역의 날 포상 산정 기준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54억불을 수출한 공로다. 이는 국내 수출 역사상 삼성전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허 회장에게는 이날이 CEO로서는 마지막 수상이다. 내년 1월부터는 사촌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GS칼텍스와 지주회사인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직 수행에 전념하게 된다.
전날 GS는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과 CEO의 역할을 분리했다. 따라서 허 회장은 오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주주간의 협력관계, 해외사업 관련 업무 및 중장기 성장전략 등에 집중하게 된다. 에너지사업에 대한 큰 밑그림도 그린다.
허 회장은 1973년 입사한 뒤부터 40년간 줄곧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에 몸담아 왔다. 1994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후 19년간 GS칼텍스를 석유 제품 수출 1위의 산실로 성장시켰다.
특히 원유 정제 후 남은 벙커C유, 아스팔트 등과 같은 중질유를 휘발유나 경유 등의 경질유로 분해해주는 고도화 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덕분이다.
허 회장은 2003년 회장 취임 이듬해부터 5조원이란 천문학적 자금을 고도화 설비에 쏟아부었다. GS칼텍스는 현재 하루 21만5000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중질유 분해시설을 갖추고 있다. 내년에 네 번째 중질유 분해시설(5만3000배럴)이 완공되면 국내 최고인 35.3%의 고도화율(하루 정제할 수 있는 원유량 대비 고도화 설비가 처리하는 정제 비중)을 달성하게 된다.
허 회장은 GS칼텍스를 수출 주도형 기업으로 만들어낸 주역이다. GS칼텍스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뽑아낸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금액으로 단순 비교하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통관액 기준으로 306억 달러를 수입(원유)해 254억 달러를 수출(석유제품)했다. 약 83%의 외화를 회수한 셈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47조9000억원)의 63%가량을 차지했던 수출 비중도 지난 3분기까지 66%를 넘어섰다. 9월 현재 35조6804억원의 누적매출액 중 23조637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GS칼텍스는 1983년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래 2000년 100억불, 2008년 150억불, 2011년 200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허 회장은 83년 2억불 수출의 탑도 직접 수상했다. 30년 만에 똑 같은 무대에서 이번에는 국내 최고의 수출기업 CEO로서 자리한 그는 “기존 내수위주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다각화, 수출선 다변화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유업계의 수출을 선도해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