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연초 유로존 부채위기로 시작한 한풍(寒風)은 중국 내수침체에 이어 미국 재정절벽까지 합세하면서 그 위력을 더해갔다.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고 ‘돈’은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희망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유로존 자본확충, 미국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연장, 중국 정권교체 등 위기 때마다 글로벌 정부는 개별·공조 정책을 마련하며 훈풍을 불어넣었다.
호악재가 맞물리면서 지수는 방향성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연고점과 연저점 차이가 280포인트에 불과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후 가장 좁은 박스권이다.
주도주가 실종된 가운데 증시 ‘바로미터’ 삼성전자만이 살아남은 것도 올 한해 국내 주식시장의 큰 특징이다.
◇ 상반기, 2049포인트 연고점 = 1분기 증시는 글로벌 유동성 효과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보였다.
1월 초 1800선에서 횡보하던 코스피지수는 2월 들어 2000선을 회복하더니 3월에는 205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11조원 넘게 국내주식을 사들였다. 펀드 환매로 물량을 쏟아내던 투신의 ‘팔자’를 방어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유동성 랠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잠잠하던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차 고개를 들면서 시장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 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옮겨가며 글로벌 경제 두 축인 G2(미국,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코스피지수는 곤두박질쳤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감이 극대화된 5월 코스피지수는 1780선으로 주저앉았다. 한달 보름여 만에 13%나 급락한 것이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이끌었다. 이들은 3개월 동안 4조7000억원을 쏟아냈다. 펀드 숨통이 트인 투신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증시 구원투수 연기금까지 ‘사자’에 나섰지만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 등락도 엇갈렸다. 전차(전기電ㆍ자동차車)군단이 내달린 가운데 삼성전자 강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100만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삼성전자는 5개월여 만에 140만원까지 치솟으며 40% 가까이 급등했다.
◇ 하반기, 1769포인트 연저점 = 증시 하락세는 3분기 초반인 7월까지도 계속됐다. 1분기 지수를 이끈 전차군단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조선, 건설, 정유 등 경기 민감주도 고전했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연 저점인 1769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위기 해결을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이 빨라지고 G2의 경기 반등으로 위험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 ‘러브콜’이 쏟아졌다.
QE3 발표 당일인 9월 14일 코스피지수는 6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6개월여 만에 2000선을 탈환했다.
그러나 이후 지수는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번엔 3분기 어닝쇼크(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것)가 문제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630개사의 3분기 누적 별도 영업이익은 50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4%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4분기 실적 추정도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밀려난 것도 부담을 더했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들은 10월 한달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1860에서 1940선 사이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말 미국 쇼핑시즌에 따른 ‘산타랠리’ 기대감과 미국 버락 오바마 재선 성공 이후 재정절벽 우려감이 교차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년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코스피지수 2000선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재정절벽 협상이 성사되면서 지수는 2000선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신중론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에 지수는 제한된 범위 내서 등락을 거듭하다 한해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