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후보는 저성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150만개 창출 공약을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박 후보는 임기 동안, 문 후보는 오는 2020년까지가 목표다.
또 정치개혁과 복지확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를 두고 큰 틀에서 뜻을 같이 하면서도 방법론에 있어선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차별화를 위한 선명성 경쟁이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공약이 추상적인 데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대책이 부실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투데이는 27일부터 매일 두 후보의 부문별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상세히 비교 분석한다.
◇ 경제민주화 =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민주화는 논리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시대적 과제가 됐다.
박 후보가 경제정책의 기조를 성장에 무게중심을 옮김에 따라 상대적으로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훨씬 강도높게 느껴지고 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목표를 ‘공정경쟁’에, 문 후보는 재벌개혁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제도적 정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대기업 규제 방안으로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살려두기로 했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하고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3년 내에 반드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출총제를 재도입해 적용하고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축소 등을 함께 공약집에 담았다. 이를 두고 문 후보는 ‘재벌개혁’으로 칭했지만, 사실상 단계적으로 대기업을 해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일자리 =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어젠다로 박 후보는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린다는 의미로 ‘늘지오’로 정했다.
문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법정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만나바’를 내세웠다.
두 후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인금 인상 △법정정년 60세 연장 △기업의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등에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두 후보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의 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이 작년 기준 63.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50만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일용직이나 계약직, 파견직 등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150만개 만드는 건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선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군다나 박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계획은 구체적 수치가 들어있지 않아 다소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과 IT를 각 산업 분야와 접목해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양한 근무·고용형태를 의미하는 ‘스마트 워크’ 정책으로 유연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또 ‘창업국가 코리아’라는 구호를 앞세워 대학을 창업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문 후보의 공약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그는 일자리 목표치로 임기내 공공부문 40만개, 정보기술·융합기술·문화예술 등 창조산업 50만개, 여가산업 20만개, 2030년까지 탈원전·신재생에너지 분야 5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70만개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 복지·가계부채 = 만 0~5세 영유아 무상보육과 대학교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 의무교육 등에서 두 후보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반값등록금 대책에 있어 박 후보는 소득별 차등 지원과 대학 구조개혁을 통해 전체적으로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문 후보는 모든 대학생들이 고지서상 실제 납부하는 등록금의 반값이 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분야에선 박 후보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은 건강보험을 통해 100% 책임지기로 했다. 문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선택진료비·MRI·초음파·간병서비스 등 비급여 부문의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 전액 지원도 약속했다.
이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상’라는 이름만 뺀 것으로, 이 제도를 모두 시행하기 위해선 최소 6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문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최소 40조원이 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선 박 후보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힌 게 눈에 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와 민간 자산관리회사(AMC)가 보유한 연체채권을 매입,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채무를 장기분할 상환하도록 채무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자제한법상 연 39%인 이자율 상한을 25%로 14%p 내리고, 이자제한법의 예외로서 39% 이자율을 허용한 대부업법을 개정해 예외 없이 적용키로 했다. 공정대출법과 공정채권추심법도 개정해 채무자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 정치 개혁 = 두 후보의 공통분모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정당의 구조적 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국무총리 제청권 보장 △국회의원 공천에 국민참여 경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두 후보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지만, 각론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의원연금 폐지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 등을 공약했으나, 문 후보는 국회의원의 영리목적 겸직금지와 국회의원 세비심의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선 문 후보가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으로 늘리자는 입장인 반면 박 후보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또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권력형 비리근절을 위해 박 후보는 상설특검 설치를, 문 후보는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내걸었다.
이밖에도 두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각각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