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한국 은행들 해외 PF 집중 리스크 제대로 따져봐야"

입력 2012-11-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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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그리어 S&P 아시아지역 PF평가담당 총괄책임자

▲이안 그리어 S&P 아시아지역평가 담당 총괄책임자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은행권의 PF사업 진출 시 주의할 점과 리스크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방인권기자 bink7119@)
“국내 은행권은 중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있어 다양한 기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자체별로 리스크와 리턴을 적절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안 그리어(Ian Gree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시아지역 프로젝트파이낸스(PF) 평가 담당 총괄책임자는 우리 은행권의 중동 PF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 한국수출입은행이 주관한 ‘S&P 초청 PF 리스크평가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이안 그리어 책임자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중동지역 해외 플랜트 건설을 지원하는 대규모 PF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관련, “타이밍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중동의 PF 리스크를 알고 관리해야 하며 자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우리 은행권이 중동지역의 PF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리스크를 안고 수익을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다양한 기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안 그리어 총괄책임자는 “원전로 PF 사업처럼 막대한 건설 자금이 들어가는 중장기 사업은 리스크가 높다”며 고도기술에 의존하는 PF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편 이안 그리어 총괄책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정부 신용등급이 부정적이고, 미국도 경기 회복속도가 더디게 이어지고 있어 세계 경제가 여전히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사실 바닥은 그 시간을 겪어 봐야 알 수 있지만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기간이 길었던 만큼 회복기간도 상당기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안 그리어 총괄책임자와 일문일답이다.

△S&P가 PF사업 쪽에 관여한다는 것이 생소하다.

-S&P는 기업 대상으로 발행자 등급과 기업 신용등급을 장·단기 채권에 대해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PF사업도 같은 맥락으로 발행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PF사업은 부채로 분류된다. 그러나 보호, 보장이 있어 구조적인 특성을 반영해 신용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난 1990년대부터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을 평가할 때도 안전, 모회사와의 관계, 담보, 보호, 그룹의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다. PF사업이 BBB등급을 받았을 때 이 등급이 다른 은행과 기업의 BBB 등급과 같은 의미의 등급을 부여하도록 방법론을 활용하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재정위기로 상반기 PF사업 대출이 줄어들었다. 대출금도 4분의 1 감소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첫 번째 이유는 전 세계 정부의 신용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PF사업이 민·관 공동 운영 방식(PPP·purchasing power parity)형태로 진행되더라도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부채부담을 정부가 그대로 떠안게 된다. 따라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PPP형태가 아니면 은행과 정부가 대출을 받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로 볼 수밖에 없다. 계약 파트너를 통해 PF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년 단위로 얼마 정도 상환해야 한다는 계약이 있으면 이것 역시 부채이기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본다.

각국 정부가 PPP와 관련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서 비용대비,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 것도 두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채권보증회사가 예전에는 장기 채권을 보증했었는데 이제는 안 하고 있고 유럽은행도 바젤Ⅲ로 인해서 더는 PF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제환경의 변화 때문에 PF시장 자체가 줄게 됐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솔벤시Ⅱ(solvencyⅡ, 유럽의 보험사들이 고객 보호를 위해 지급적립금을 대폭 늘리도록 하는 내용)’라는 자본여건 관련된 규제가 있다. 이런 규제의 도입으로 리스크 수용범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이나 EIB(유럽투자은행)는 경기부양책을 계속 도입하고 있어 정부는 PF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 구조나 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금은 PF사업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PF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의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F사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5가지 단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프로젝트 사업의 리스크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돈이다. 돈이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PF사업이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계약에 의해서 다른 쪽으로 이전하면서 위험을 줄여가는 것이다. 계약당사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SPC(특수목적법인)가 만들어져서 망가졌을 때 다른 이들이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안전장치가 잘 짜여 있는지도 중요하다. 국가 위험, 국가의 법적 위험, 국가 신용 등도 분석한다.

△국내 경우 자원개발 PF사업에서 손실을 봤다. S&P가 봤을 때 안정적인 사업. 위험도가 낮은 사업은.

-예를 들면 준비되면 돈 받을 수 사업. 병원, 학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은 안전하다. 만약에 부채비율 등 다른 것들이 같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반면 높은 기술력에 의존하는 사업들은 리스크 크다. 원자로 등 이런 것들은 갑자기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기술이 복잡한 것들은 일단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로 등 도시 인프라 건설은 100년 200년 된 기술이기 때문에 간단하다. 잠깐 망가졌을 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은 리스크가 적은 것이다. 무언가 망가졌을 때 고치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다. 이것은 오퍼레이션 리스크지 캐시백 리스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경기 혹은 세계경기가 바닥으로 간 건가.

-전 세계 경제가 여전히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 정부 신용등급이 부정적이다. 이런 유럽시장의 정부 신용등급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도 경기 회복속도가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도 급성장했으나 최근에는 둔화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경기의 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신하기 어렵고 전망하기 어렵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침체기간이 길었던 만큼 회복기간도 길고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의 리스크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와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이안 그리어(Ian Greer)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시아지역 프로젝트파이낸스(PF) 평가 담당 총괄책임자로, 국제PF협회 (International Project Finance Association) 호주지역 의장도 역임하고 있다. 그는 퀸스랜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1997년 S&P 입사해 S&P 호주·뉴질랜드 지역 인프라·PF팀 대표를 지냈다. S&P 입사 이전에는 8년간 PF 전문 은행가로 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활동했으며 아시아와 유럽, 북미 지역에서의 경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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