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일 출국 이후 베트남과 중국을 둘러본 뒤 일본으로 건너가 2주간 머물면서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전략과 이를 위한 사장단 인사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회장이 경영상의 난제를 만나거나 향후 구상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 곳이다.
그간 이 회장은 일본 출장 후 새로운 경영방침을 발표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삼성은 연말인사와 경영계획 수립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2인자 자리로 평가되는 DMC부문장이다. DMC부문장은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지난 6월 최지성 부회장이 삼성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공석으로 남아있다. 현재 휴대폰을 맡는 신종균 IM담당 사장, TV를 책임지는 윤부근 CE담당 사장, 윤주화 경영지원실 사장이 집단체제로 이끌고 있으나, DMC부문이 삼성전자 내에서 갖는 무게감 때문에 공석으로 비워둘 수는 없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세트사업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삼성 스마트폰의 신화를 써내려간 신종균 사장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우리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이 회장이 관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윤주화 사장을 DMC부문장에 낙점하는 깜짝 인사도 배재할 수 없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승진인사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전체의 대외 협력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북·남미지역 통신사업자들과 긴밀한 협력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과 두 차례나 회동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용 사장의 승진인사는 최근 대선 정국에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화두에 밀려 다소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승진인사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삼성의 체질 강화를 위한 연말인사 구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었을 것"이라며 "인적 혁신은 곧 조직 혁신을 뜻하는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