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바람도 대형주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대형주에 비해 위험이 다소 높더라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들의 문의가 증가하자 각 증권사들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중소형주에 대한 리서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애널리스트를 늘리고 중소형주를 전담하는 스몰캡(Small-Cap)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주가가 저렴해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에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소매 영업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량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증권사들이 중소형주를 통해 수익성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분석대상 종목이 제한적이고 정보량이 많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종목이 다양하고 차별화가 쉽다는 점도 증권사의 스몰캡팀 강화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스몰캡팀의 강화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올 상반기 여러 언론매체가 실시한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리서치센터 명가의 부활을 선언했던 삼성증권은 지난 5월초 스몰캡팀을 구성했다.
현재 장정훈 스몰캡팀장(IT 담당)을 중심으로 김은지(자동차부품), 강은표(지주회사), 백재승(소비재), 이은재(IT솔루션) 등 5명의 연구원이 스몰캡팀에 속해 있다. 7월부터는 매월 100페이지가 넘는 ‘스몰캡 아이디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고객들에게 알찬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우선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의 150여개 종목을 중심으로 스몰캡 리서치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스몰캡팀은 작은 괴물이라는 뜻의 ‘스몰 몬스터’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2010년 11월 결성된 스몰 몬스터팀은 정근해 팀장과 4명의 팀원들이 발 빠른 탐방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 업계의 스몰캡 리서치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010년 정 팀장을 영입하면서 당시 1명이었던 스몰캡 애널리스트를 5명으로 늘렸다. 일찌감치 가치주 장세를 예견했던 황성호 사장은 중소형주 리서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정근해 스몰 몬스터팀장은 “중소형주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일반 섹터 애널리스트도 중소형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팀원의 나이가 젊은 편이다 보니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팀원들이 섹터별로 전문성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증권도 중소형주의 강세를 예상하고 지난해 3월 스몰캡팀을 신설했다. 전기전자(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최현재 팀장을 중심으로 4명의 애널리스트들이 100여개의 중소형주를 엄격히 분석한 ‘스몰캡 대동여지도’라는 리포트를 분기별로 발행, 투자자들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도 지난해 한병화 팀장과 3명의 애널리스트 등 4인 체제를 갖춘 스몰캡팀을 구성해 테마보다는 펀더멘털에 근거한 종목 추천을 지향하고 있다.
스몰캡 리서치의 강화는 대형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스몰캡팀을 구성하거나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동부증권이 일찌감치 스몰캡팀을 구성해 성과를 올리면서 다른 중소형 증권사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KB투자증권은 8월, 리테일 강화를 위해 투자정보팀을 신설했다. 스몰캡기업의 탐방보고서를 내놓으며 법인에 치중돼 있던 사업구조에서 개인고객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김봉기 전 리서치센터장이 나섰다. 4월, 윤지호 센터장의 영입으로 김 전 센터장이 스몰캡을 전담하게 되면서 스몰캡 연구원이 2명으로 늘어나게 된 것.
교보증권도 지난해 중순경, 리서치센터 내에 스몰캡팀을 만들었다. 김영준 팀장 외 4명의 애널리스트가 다양한 스몰캡 업종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산업과 유망 업종에 대한 분석보고서 작성은 물론, 리테일 영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점 고객을 대상으로 주 1~2회씩 시황 및 업종별 투자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KTB투자증권도 스몰캡 분석이 가능한 투자분석팀을 꾸려 리서치의 차별화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근 투자분석팀장은 스몰캡 분석 방향에 대해 “요즘 시장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커버하는 종목만 분석하다가는 시장에 뒤처질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을 발 빠르게 찾아다니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경력 16년 이상의 변준호 스몰캡팀장의 주도 하에 시장의 반응을 즉시 반영하면서 안정적인 중소형주 분석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스몰캡팀 강화 경향은 시장의 관심이 중소형주로 쏠리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자연스러운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