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CEO는 지난해 홍콩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3만명을 감원하는 대신, 특히 홍콩과 브라질에서 향후 3년간 최대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대한 개방을 확대할지가 불확실하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HSBC는 현재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5대 은행 교통은행의 지분을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이 지분율 확대를 승인하지 않으면 중국 내 지점 수를 800개까지 늘리는 방법으로 중국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HSBC가 800여 지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걸리버는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완만하게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지에 맞게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SBC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주로 현지 금융회사 지분을 늘리면서 사업을 펼쳤다.
HSBC가 지난해 상반기 중국 본토에서 벌어들인 세전 순이익은 18억 달러(약 2조370억원)였다.
이익의 대부분은 지분을 보유한 핑안보험과 교통은행 등의 실적 호조에 따른 것이다.
특히 HSBC가 교통은행을 통해 얻은 순익은 6억4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현지에서 은행 업무를 통해 벌어들인 순익은 2억79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걸리버 CEO는 HSBC의 과오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직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HSBC는 지난 7월 멕시코 마약조직에 불법 돈세탁 통로를 제공하고 과거 북한과 거래를 한 혐의 등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걸리버 CEO는 이와 관련해 “회사가 갈 길을 잃었었다”면서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는 이미 시작된 위험관리 작업을 진척시키고 준법감시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리버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으로 1980년 HSBC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HSBC맨’이다.
그는 지난 2010년 9월 CEO에 임명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 CEO와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블룸버그 마켓이 선정한 ‘세계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 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