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코끼리’, 인도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일(현지시간)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5.6%로 하향했다. 이는 지난 4월 시점의 7%에서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6.9%에서 6.1%로 하향 조정됐다.
ADB 뿐만 아니라 민간 기관들도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지난달 말 올해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6.5%에서 6%로 낮췄고 미국 은행인 모건스탠리도 5.8%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기관은 긴축 기조로 돌아선 금융정책과 더딘 경제개혁이 인도의 투자와 소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성장률 하향 이유로 들었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달러 기준 세계 11위 규모로,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잇따르면서 인도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인도의 성장률은 2분기(4~6월)에 5.5%에 그치며 두 분기 연속 5%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생산·투자 의욕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물류 수요의 선행지표인 상용차 생산은 2분기에 4% 감소해 12개 분기 만에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인도자동차공업회는 “중대형 트럭 판매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도 기업의 신규 투자액은 3분기에 75%나 줄며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기 둔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은 속수무책이다.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은 작년 말부터 올 8월까지 7%대 중반에 머물며 중앙은행이 목표로 한 7%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지난 4월 3년 만에 금리를 인하한 후에는 묘수를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만모한 싱 총리의 경제개혁안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싱 총리는 소매 분야의 외자 개방과 디젤 연료의 보조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개혁을 연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 정권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다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개혁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도 싱 총리의 개혁 의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싱 총리의 개혁안이 백지화할 경우 인도는 경기 부양 기회를 아예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