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김진재 前 한국기상학회 사무총장 "두바퀴로 떠난 전국일주"

입력 2012-09-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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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제주지방기상청에서 근무하면서부터이다. 제주에서 2년간 근무하는 동안 자전거 도로를 타고 제주 일주를 여러 번 했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리와 엉덩이도 아팠지만 자주 타다보니 단련이 됐다.

제주를 떠난 이후에도 자전거를 놓지 않았다. 제한되지 않은 공간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데다 하체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자전거로 전국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여름철 더운 날씨에 힘들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렸다. 친구들도 그 나이에 힘든 일이라고 말렸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지난) 7월 1일 출발 계획이었으나 주간예보에 6월 30일경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계획을 앞당겼다. 6월 25일 드디어 출발 날짜가 됐다. 출발하는 날 경기 일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앞으로만 달려 완주해야만 집으로 오는 것이다.

20일 동안 전국의 해안을 따라 돌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 첫날 만난 학생은 안산에서 목포까지 간다고 했는데 평상시에 입는 반바지에 헬멧도 안 쓰고 일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덕분에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길도 오르지 못하고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갔다.

그러면서 500km나 되는 목포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젊은 패기로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내가 그 학생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생각한 것이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모하다고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3일째 되던 날 만난 학생은 서천군 판교면에서 왕복 60km 거리의 군산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이 학생은 금강 하굿둑을 지날 때 바람이 많이 분다며 내 앞에서 바람막이를 해주겠다고 나와 보조를 맞춰줬다. 마음씀씀이가 예쁜 학생이었다.

친절한 사람도 만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만났다. 친절하자! 모든 일에 너그럽게 이해하자! 그리고 힘들어도 참자. 여행을 하며 나는 인내를 배웠다.

또한 평탄한 길이 있는가 하면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도 있었다.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것은 신나게 내려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계속 힘들게 올라가기만 한다면 포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는 것이 인생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여기에 어울릴 것 같다.

비 예보에 따라 하루 이동거리를 조정했다. 하루 최고 이동거리는 168km(포항-장호항)였고 하루 평균 130km 정도를 이동했다.

여행하는 데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날마다 출발 전에 스마트폰으로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며칠간의 예보와 예상일기도를 분석해 일정을 잡았다. 덕분에 20일 여행 중에 거센 비는 제주도와 부산에서만 만났다. 그 외에는 덥기는 했어도 여행하기엔 좋았다.

나는 처음 출발하면서 성공 여부를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해안, 남해안을 돌고 부산에 도착하니 이제 반환점에 접어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성공의 희망이 보였다. 그 희망을 가지고 자전거 전국 일주를 완주했다.

지금도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가서 시속 50~60km로 내려갈 때의 쾌감과 땀을 흠뻑 흘린 후 시원한 물을 마실 때의 행복감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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