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롯데가(家) 신격호·춘호 형제가 백두산에서 물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낵사업과 라면, 유통사업까지 형제간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더니 이제 백두산 생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농심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이자 현재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삼촌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29일 중국 길림성 백산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두산 자연보호 구역 내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급 천연광천수 ‘백두산 하늘샘’(이하 ‘하늘샘’)을 오는 10월 3일 개천절부터 시범 판매하고, 이어 내년 3월 정식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백두산 하늘샘’의 국내 출시를 통해 업계 만년 2위 설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칠성은 2017년에는‘백두산 하늘샘’으로만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해 농심의 삼다수를 제치고 1위 등극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백두산까지 진출하며 생수상황을 강화하자 농심은 바짝 긴장했다. 중국에서 농심 ‘백산수’가 중국에서는 ‘하늘샘’과, 국내에서는 ‘삼다수’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생수 사업은 신격호 총괄회장 보다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이 먼저 뛰어들었다. 최근 중국 지린성 안도현 소재 연변농심광천음료를 통해 천연용출수인‘백산수’를 선보인 상태다. 신춘호 회장은 현지 국내 기업에 대해 전략적 프로모션은 물론 유통채널에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키워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의 생수 사업으로 묘하게도 형제간 같은 품목을 놓고 연속적으로 경쟁하는 꼴이 됐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을 창업해 라면 시장에 진출했지만 맏형 신격호 총괄회장에 의해‘롯데’라는 상호 사용을 거부당했다. 이에 별도로 독립해 농심을 세웠고, 이때부터 둘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제과가 스낵사업에, 농심이 유통업(메가마트)과 호텔업(호텔농심)에 뛰어들면서 서로 경쟁하게 됐고 2010년 롯데가 37년만에 자체브랜드(PB)‘롯데라면’을 부활시키면서 경쟁관계는 더욱 심화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백두산 생수사업은 양측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농심이 제주도·제주도개발공사와 삼다수 유통권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롯데칠성이 지난 3월 새 유통권자 입찰에 참가한 전력이 있어 신춘호 회장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