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진 작가는 1년여 전 한 신문에 실린 탈북 청년의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스무 살 청년의 키가 140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탈북자를 소재로 한 일반 소설을 써보려고 오랫동안 고심했지만, 탈북이라는 주제가 갖는 무거움 때문에 망설이던 홍 작가는 그 사진을 본 뒤 탈북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갔다.
그렇게 완성한 소설 ‘우주 비행’은 사계절 출판사가 제정한 청소년 문학상인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홍 작가는 “제대로 먹지 못해 크지 못한 탈북 청년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탈북이라는 주제는 손을 대기가 겁이 났는데 그 사진을 본 뒤 그동안 준비한 탈북자 자료들이 가슴에 ‘쿵’하고 부딪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홍 작가는 “탈북 청소년들과 얘기해보니 내 자식들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제 책이 탈북 청소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주 비행’의 주인공 박승규는 국경을 넘어 이국을 떠돌다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이다.
어머니, 누나와 함께 북한을 떠나왔지만, 누나는 중국에서 잃어버리고 어머니와 단둘만 남한에 왔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승규에게 어느 날 ‘노랑머리’가 나타난다. 복지관 직원인 ‘노랑머리’는 승규에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밴드부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마지못해 밴드부 ‘우주 비행’에 들어간 승규는 밴드부에서 만난 남한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지만 임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홍 작가는 “탈북이 소설의 배경으로 깔렸지만 승규가 밴드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게 주된 내용”이라면서 “탈북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편견과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데 제가 직접 찾아가서 만난 탈북 청소년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