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가디언 등 유력 외신에 따르면 이번 평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담긴 보도를 연이어 하고 있다.
WSJ는 “애플의 특허 디자인 사용을 위해 지불하는 특허료는 ‘애플세(Apple Tax)’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평결결과로 결국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도 “이번 평결의 최대 피해자는 ‘기술시장 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디자인 특허 인정으로 인한 전 세계 스마트 생태계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
특히 외신들은 이번 소송이 애플의 승리로 끝날 경우 ‘혁신’을 기반으로 한 ICT산업 발전의 저해를 우려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기업들이 기존 기업들의 촘촘한 특허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애플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아울러 배심원들의 평결과정과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타나고 있다.
배심원단에 특허소송 경험자나 ICT업계 종사자들도 일부 포함됐지만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비판과 함께 충실하게 평결과정에 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IT전문지 씨넷은 2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배심원단이 이번 평결을 내리기까지 배심원단이 법원의 지침과 소송당사자(삼성전자, 애플)들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했는지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평결 논의과정에서 배심원들 사이에 의견대립과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씨넷은 “배심원들이 주말(평결일)에 요트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따라 평결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졸속처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씨넷은 판결과정에서 평결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평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배심원들이 루시 고 판사에게 제출한 평결 서류에는 손해배상액을 정했다가 두 줄로 지운 후 뒤늦게 수정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양사의 사활이 걸린 소송에 배심원들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변호사는 법조 전문 블로그 ‘어버브 더 로’에 “평결양식을 숙지하는 데에만 3일이 걸리는 사건”이라며 “일사천리로 평결이 이뤄진 것이 혹시 동전을 던져서 결정할 것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신들도 이번 소송의 장기화를 점치고 있다.
CNN머니는 27일 “삼성과 애플 양측은 배심원의 평결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최종 판결시까지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배심원단의 태도를 문제삼으면서 “대표 배심원인 벨빈 호건의 ‘우리의 메시지는 단지 가볍게 혼내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을 맡은 루시 고 판사가 평결지침에서 “이번 재판은 특허침해기업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보유자의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반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안방에서 이뤄진 평결이다보니 홈 어드밴티지를 무시할 수 없지만 평결 이후에 미국 언론들이 이처럼 비판적인 자세를 갖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으로 변호사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27일자(현지시간) ‘휴대전화 전쟁의 첫 번째 타격’이라는 논평을 통해 “고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창조자임과 동시에 파괴자”라며 “기업들이 제품경쟁력을 가지고 전쟁을 했다면 소비자들이 이익을 얻지만, 특허전쟁은 변호사들의 주머니만 불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특허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들의 수임료는 최대 1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WSJ는 법조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양사를 대리했던 법무법인들이 각가 500만~1억달러(한화 약 56억~1035억원)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27일 보도했다.
1억달러는 이번 평결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 10억5000만달러의 10%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