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는 좋은 흐름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매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내수침체 속에서도 관련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왕서방’의 지갑은 아직 덜 열렸다. 전체 중국 관광객 중 우리나라를 찾는 비율은 아직 3.27%에 불과하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를 보면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만족도는 5점 만점에 3.87점에 그쳤다. 유럽이나 일본 등 관광선진국은 차치하고 동남아(3.96점)보다도 낮다. 한 번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이 다시 한국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이후 관광분야에서 ‘차이나머니’를 끌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우리에게 달린 문제다. 관련 전문가들은 가장 큰 과제로 ‘양질의 숙박시설 확충’과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꼽는다. 무조건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에 치중하던 과거 방식에서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숙박시설은 '관광한류'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수도권을 찾아 3만6000여실의 호텔 객실이 필요했지만 당장 8000여실이 모자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은 매년 20% 증가하고 있지만 숙박시설은 3∼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한 손실도 크다. 서울시 조사결과 올해 중국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은 2195달러 한화 약 250만 원 수준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1000명 분의 객실을 새로 만들면 25억, 1만 명분의 객실을 만들면 250억의 추가적인 관광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숙박시설 부족은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잘 곳을 찾는 일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많은 관광객이 경기도 외곽의 모텔로 밀려나기도 한다. 열악한 숙박시설에서 밤을 보낸 관광객이 한국에 긍정적 인식을 갖기란 힘든 일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호텔 용적률을 완화하고 1조2000억원 신·증축 자금을 지원해 호텔 객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의 결정에 관광업계와 관련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여행 목적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객실의 양을 늘리는 데만 치중해서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통문화 경험을 선호하는 관광객과 사업목적의 방문객 등으로 나눠 취향과 경제력에 따른 다양한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쇼핑 하나로는 ‘관광한류’ 될 순 없어
단조로운 관광상품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의 국내 관광은 대부분 쇼핑이 목적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35.5%는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총 지출 비용 1410달러 가운데 쇼핑지출이 차지하는 액수는 588달러(41.7%)로 숙박비 563달러(35.9%)보다 많았다.
하지만 쇼핑만을 위한 관광은 단조롭다. 숙소와 면세점만을 오가는 지루한 관광이 될 우려가 크다. 양질의 관광상품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쇼핑관광은 일본이나 중국의 엔화·위안화 강세로 한국을 찾는 일본·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언제고 환율 등의 영향으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이 되긴 힘들다.
관광상품의 질이 낮기 때문에 한 번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 중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말하는 비율은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고급상품 발굴과 한국의 강점을 활용한 소프트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정책학 교수는 “관광자의 활동 동선과 지역 주민 생활영역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패키지 관광의 경우 마치 캡슐에 싸여서 여행하는 것과 같이 관광객 동선이 지역주민의 생활영역과 분리된다”며 “별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 곧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