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무상교육]국회-정부 무상복지 책임 '서로 네 탓'

입력 2012-08-21 14:00 수정 2012-08-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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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행 반년 만에 "중단 위기"

서울 서초구가 0~2세 무상보육의 재원이 없어 예탁금 마련에 나섰다. 전면시행 6개월 만이다. 서초구에 이어 9월부터는 19개 자치구가 예산 부족으로 무상보육 중단위기에 놓인다.

1차적으로 재원 마련에 대한 꼼꼼한 대책 없이 예산을 통과시킨 국회에 책임이 있지만 정부도 책임을 완전히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재편성 과정에서 지방정부 부담이 늘어날 것을 알았음에도 예산안 처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반년 만에 좌초 위기에 몰린 무상교육의 실상을 긴급 진단한다.

◇지자체 ‘전전긍긍’에 국회는 ‘여유’

당초 보건복지부는 올해 0~2세는 소득하위 70% 가정에게만 보육비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이에 맞춰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0~2세 무상보육 예산안으로 1조5382억원(지자체 예산 1조5756억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12월31일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0~2세 보육비 지원을 전 계층으로 확대해 1조9080억원(지자체 1조95432억원)으로 통과시켜 버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회가 연말에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통상적인 것”이라며 “예산 분배를 정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고 정책 우선순위가 있기에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개 예산 편성 시기는 정부 12월 초, 지방정부 12월15일, 시·군·구는 12월 말에 결정되는데 (무상보육)예산이 31일에 처리돼 지자체가 신규 재원을 마련할 틈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방정부의 재원 마련 요구에도 국회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예비비를 내려 보냈고 지방정부는 재정교부금과 지방세 등 조달 자원이 있다”며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추가 예산이 이번처럼 몇 천억대 규모로 편성된 것은 처음”이라며 “경기불황으로 지방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 등이 감소해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사업비를 추가로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정부, 서로 네 탓 공방

정부 역시 이번 무상보육 예산 부족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예결산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예산 편성권은 국회에 있지만 기재부의 동의가 없으면 통과가 안 된다. 즉, 기재부도 예산 증액으로 지자체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사전에 알면서 0~2세 무상보육 확대 통과에 일조한 셈이다.

그러나 기획부는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로 발생한 증액분은 전액 지원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된 증액분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상보육 전 계층 확대는 국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고 매칭사업 원칙대로 정부는 정부 부담금만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지방자치단체의 보육료 부족분은 6639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수요 예측을 초과해 보육시설로 몰린 아동 7만여명에 대한 추가 소요예산 2851억원에 대해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원금과 이자를 책임지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기재부의 결정에 지방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방채 발행 비율이 40%를 넘어가면 정부에서 지방 정부의 자율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빚(지방채)을 지는 것은 무리”라며 “기재부의 모 심의관이 ‘기재부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정부가 국회 증액분과 신규 증액분을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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