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지난 15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육 여사의 38주기 추도식에서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고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둘 다 이루면서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나라, 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도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어머니의 꿈이었다”며 “이제 그것이 제 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고 저를 믿어주는 국민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박 후보의 다짐 이후 추도식장엔 “근혜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다른 여학생들이 부럽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짧은 치마는 안 된다”는 육 여사 생전의 육성이 절묘하게 흘러나왔다.
박 후보 캠프에서도 박 후보의 이미지 변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박 후보 공식 홈페이지에는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부터 당일 오후 늦게까지 육 여사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으로, 얼굴 생김새나 머리 스타일, 옷차림 모두 박 후보와 빼닮았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16일 “박 후보의 가장 큰 과제는 소통과 화합”이라며 “지금의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어머니 육 여사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육 여사의 이미지를 오버랩하고 있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며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박 후보의 행보와 캠프의 전략은 당내 화합 의지로도 읽힌다. 경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는 경선 이후 화합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비박 진영 인사들을 캠프에 중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 측은 이번 경선이 ‘사실상 추대대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선거인단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공정성 시비를 없애고 대표성을 더하기 위해선 투표율이 높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선거인단 투표율이 20%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투표율은 70.8%였다.
박 후보 측은 “전체 투표율이 20~30%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30%가 넘어가면 꽤 오는 것이고 40% 넘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임태희 후보 측은 “투표율이 10%대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병수 당 사무총장은 “20일 전당대회보다 19일이 더 중요하다”며 “모든 선거인단이 그날만큼은 꼭 투표에 참석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전대까지 남은 공식 일정은 17일 SBS TV토론와 18일 경기 합동연설회 뿐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후보 간 신경전도 과열되고 있지만, 당에선 치열한 토론이 경선 흥행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선에선 비박 주자 4인의 후보단일화가 실패로 끝나면서 박 후보 외에 누가 2위를 차지할 지도 관심사다. 비박 주자 4인 중 김문수 후보가 조금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김태호 안상수 임태희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경선에서 2위를 하는 후보가 당의 실세, ‘포스트 박근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