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역발상’이 성공신화 이뤘다

입력 2012-07-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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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제2주의 경영

마키오 에이지 지음, 토트·북새통 펴냄, 이우희 옮김, 1만2800원

기업은 이익을 내기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각각 출발점은 다르다. 흔히 상권분석에다 효율성만 따지고 잇속과 장사속으로 하는 기업과 달리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의 생활이 불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우선한다면? 이익보다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스토리’가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겨우 주민 2만7000명의 사골에서 소매점을 운영해 연간 100억엔(1300억원)을 벌어들인다면. 또 경기둔화에도 매년 매출이 증가한다면.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아쿠네(阿久根)시에 들어선 ‘AZ슈퍼센터’가 주인공이다. 수장은 이 책의 저자 마키오 에이지(71)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시골구석의 황무지에 농어촌 마을. 특히 고령인구가 35% 안팎으로 악조건을 제대로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에 초대형마트라니.

‘시골이지만 뭐든 갖춘 매장이 필요하다, 더욱 싸야 한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활기차고 즐거운 매장이어야 한다. 이익에 앞서 지역주민을 먼저 생각하자’는 마키오 사장의 역발상(逆發想)에 운영의 뿌리를 두고 있다.

“상권이 좁으면 장사를 못 한다고요? 수요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하는 것”에서 반(反)대상권(大商圈)주의에서 소매업이 출발한다. 일주일에 한 번 매장을 찾던 손님을 세 번 방문하게 만들어 3만명 상권에서 9만명 매출로 늘린다는 것. 그리고 1회 쇼핑 때 5점 구매하는 것을 15점 구매하도록 하면 3만명의 상권이라도 27만명 매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맞아 떨어졌다. 연간 650만명이 매장을 찾는다. 하루 1만7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매장이 가와나베, 하야토 등 3곳으로 늘었다.

그의 책에 담은 소매업 운영방법은 상식을 뛰어 넘는다.

물품진열은 회원전율을 높이기위해 흔히 하는 인기상품위주로 하지 않는다. 판매시점정보관리(POS)도 안한다. 지역주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진열하는 풀 라인업. 상품은 바늘부터 자동차까지 38만점이나 된다. 가격이 공정하다. 세일이나 특가판매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일년내내 시중보다 싼 ‘에브리데이 로 프라이스’다. 항상 저가다. 물론 상품은 양질이다. 지역주민과의 공생을 하기위해 지역업체로부터 우선 납품을 받는다. 백마진이나 뒷거래가 없다. 특히 임원도 없고 구매담당도 없다. 32개 부문의 매장직원이 판단한다. 이들이 모두 사장인 셈이다. 마키오는 이들을 보조하기만 한다. 직원들은 경쟁업체 시찰을 보내지 않는다. 직원 대부분 초보자인 지역주민이다. 아마추어일수록 소비자의 마음을 더 잘 읽고,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여기에 원스톱매장과 연중무휴를 생각했다.

자동차 마니아인 저자는 실업고를 나와 닛산자동차에 근무했다. “네가 잘난척하며 일을 벌였으니 책임져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집은 망해”라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 동생이 아쿠네에 차린 마키오 홈센터가 망하기 직전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성공요인은 “천직이라면 적어도 돈벌이가 최고의 가치는 될 수 없다. 손해와 이익보다는 선악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소매업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이익은 그 다음이다.” 이런 생각이 이 책의 제목이 됐다.

그도 어려움을 겪었다. 규모가 너무 컸다.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11년이나 걸렸다. 촌구석에 규모는 매장 면적 1만1650평방미터, 상품수는 23만점, 주차장은 1500대, 대지면적은 도쿄돔의 3.5배인 1만7000평방미터였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은행이 거래를 끊었다. 아무리 계산해도 ‘수익’이라는 답이 안나온다는 게 이유였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속은 가뭄속 논바닦처럼 타들어가고. 1985년 시작한 홈센터에서 1996년 24시간 대형할인점 AZ슈퍼센터로 오픈했다.

그의 사고방식이 재미가 있다. 운영형태는 주먹구구식 같다. 그 흔한 관리및 직원교육 메뉴얼이 없다. 직원이 틀에 얽매이면 창조성이 없어지고 서비스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냥 소비자와 매장직원이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또한 매출목표가 없다. 그러니 연간 매출계획도 없다. 지역주민이 몇번 와서 몇개 품목을 사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전단지도 안 만든다. 지역주민이 매장에서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면 다음 날 라면전문식당을 차린다. 입점을 받지 않고 요리에 능한 동네 아줌마를 직원으로 채용한다. 1년에 한개 팔리는 제품도 진열돼 있다.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해 집이 망가지면 필요한 것은 건자재. 가격이 순간적으로 폭등하지만 마키오는 이를 예상해 미리 구매, 가격을 기존보다 조금 더 내려 받는다. 주민의 아픔을 알기때문이다. 그래도 남는다.

다만, 마키오는 회사가 존속할 만큼만의 이익을 내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경영철학은 휴머니즘이다. 노인에게 현금처럼 적립해주는 복지카드를 만들었다. 이것이 매개체가 되어 온 가족이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매장에 들른다.

마키오는 “AZ슈퍼센터는 그저 상품만 파는 곳이 아니라 가족이 놀러와 즐기는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단순한 상품만 파는 마트가 아니라 ‘가족회복을 돕는 인프라스트럭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마키오 에이지

일본 최초의 24시간 영업 초대형 할인점 ‘AZ 아쿠네’를 설립한 이래 할인점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주)마키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41년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에서 태어났다. 닛산자동차의 전신인 후지정밀공업에 입사해 자동차 설계 일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도산 직전의 소매점 ‘마키오 홈센터’를 떠맡으며 소매업계에 뛰어 들었다. 이후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아쿠네 시에 ‘AZ 아쿠네’를 설립해, 소매업의 상식과 전례를 부정하는 ‘이익 제2주의’ 경영을 통해 AZ를 성공시키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2005년에 2호점 ‘AZ 가와나베’, 2009년에 ‘AZ 하야토’를 추가로 설립했다. 이를 계기로 그의 할인점은 일본 전역에 ‘기적의 마트 AZ’로 알려지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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