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장하는 데 공을 들이는 신(新) 소비주체, ‘멋남’들이 쇼핑하는 패션거리는 따로 있다. 백화점, 면세점 등 곳곳에 있는 남성 전용 편집매장이다.
지난 23일 오후 5시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면적 4800㎡) 남성 편집매장은 쇼핑을 위해 나선 남성 고객들로 붐볐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한산한 백화점 남성 정장매장과 달리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백화점측에 따르면 주말에는 평일 대비 매출이 2~3배나 늘어난다. 매장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6월 매출이 전년대비 5~6%정도 느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남성 편집매장이 백화점에 유인하는 신규 고객이 500~600명 정도될 것”이라며 “백화점 남녀고객 비율을 좁히는 데 한 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집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6층 가운데를 차지한 ‘멘즈컬렉션’이다. 2010년 12월에 오픈한 이곳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전통이 오래된 고급 의류 브랜드가 모여 있다. 30대 중후반부터 50대까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으로 고급 비즈니스 재킷 등을 내세워 40대 성공한 직장인과 사업가를 집중 공략한다.
분더샵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알렉산더 매퀸과 같은 고급 브랜드부터 마르니, 지방시, 발렌시아가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발망 제품이 인기다. 타 점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입고 수량이 적었지만 찾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크게 늘렸다. 분더샵 관계자는 “발렌시아가 브랜드에서는 클러치백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있는 맨온더분은 10대 후반을 대상으로 한 매장이다. 지난해 10월 오픈해 다른 매장 대비 오픈 시점은 늦지만 매출이 급증해 다른 브랜드를 앞지를 기세다.
마샬, 맥큐 등 브랜드 라인업을 가추고 있는데 티셔츠 기준 4만원부터 30만원 이상 제품까지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15만원짜리 큐릭스 조립식 카메라, 최신 음악 CD 등을 구비하는 등 10대 청소년의 취향을 잘 읽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최초 남성 편집 매장인 롯데백화점 소공점 5층에는 ‘다비드 컬렉션’등 셔츠에 어울릴만한 컬러풀한 커프스부터 책상 위에서 눈을 즐겁게 해줄 데스크 웨어까지 남자들만을 위한 비즈니스 아이템이 가득 차있다. 나침반이나 휴대용 술병, 모래시계 등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템도 즐비하다. 비즈니스 문구를 특화한 것이 롯데백화점 편집매장의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패션 담당자는 “고급을 강조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은 편 이다. 특히 벨트가 많고 만년필 등이 잘 나간다”며“물론 한 개에 몇천만원짜리 희귀 제품도 비치해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구두만을 모은 ‘슈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선 처치스, 클레버리, 그랜손 등 영국, 이탈리아 직수입 구두 외에 금강제화의 프리미엄 라인인 헤리티지 컬렉션 등 8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 구두를 접해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점 지하에 금강제화 매장이 있지만 이곳의 헤리티지와는 상품 라인이 다르다. 헤리티지 매장 관계자는 가격대가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귀뜸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이 매장에 오는 고객들은 이전부터 알고 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평균 제품 가격대는 60만~80만원 선이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11층의 롯데면세점 맨즈존에는 향수, 선글라스, 액세서리 등 남성전용 패션 잡화만 따로 구성돼 있다. 국내면세점에서 남성전용 잡화매장이 들어선 것 역시 롯데가 처음이다.
존바바토스, 휴고보스, 몽블랑, 페라리 등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향수 브랜드와 프라다 르네로사, 프라다 스포츠, 랄프로렌, 버버리, 톰포드 등 선글라스 브랜드, 고급 비즈니스 액세서리 브랜드 트로이카 등 총 1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거나 할 예정이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젊은 직장인들 중에는 예전과 달리 해외유학이나 여행으로 패션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많다”며 “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상을 맞춰 입는 ‘토탈코디’가 생활화돼 있기 때문에 남성 편집매장의 전망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