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부자들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 규모는 최소 21조달러(약 2경4097조원)에서 많게는 32조달러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 일요판 옵서버가 보도했다.
이에 부자들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빼 돌려 자기 잇속을 챙기는 바람에 각국 정부의 재정난 극복 노력을 어렵게 하고 서민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의뢰를 받아 맥킨지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며 조세 피난 전문가인 제임스 헨리가 실시했다.
제임스 헨리는 중간 소득 이하인 130여 신흥국을 대상으로 지난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부자들이 해외에 축적했던 자산을 추적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세계의 빈부 격차가 얼마나 큰 지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세계 인구의 0.001%에 해당하는 약 9만2000명의 슈퍼 리치가 해외로 빼돌린 자산이 9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제외되고 요트와 미술품·맨션 등 비금융자산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자들의 해외 은닉 자산 규모는 조사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옵서버는 전했다.
그러나 현재 밝혀진 규모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21조달러는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과 3위 경제국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수치와 맞먹는다.
이런 막대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 잠겨있지 않고 세금이나 자국에 재투자됐다면 전 세계 각국이 부채 문제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며 기후온난화와 같은 범지구적인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도 확보했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나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국가는 해외로 빼돌린 자산이 국가부채보다 7~10배 가량 많았다.
소득 불평등 문제 전문가인 토머스 피케티 파리경제학교 교수는 “부자들이 조세 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하지 않았다면 유럽 각국은 부채에 시달리기는 커녕 세계 주요 채권국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옵서버는 21조달러의 해외 은닉 자산이 연평균 3%의 이익을 내고 이에 대해 각국 정부가 30%의 소득세를 매긴다면 매년 약 1900억달러의 세수가 생길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선진국이 매년 후진국에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을 능가하는 액수다.
중국이 1조189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이 해외로 은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GDP의 16%에 달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7980억달러 은닉자산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7790억달러로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의 GDP 대비 은닉자산 비중은 70%에 달했으며 국가부채와 비교해서는 다섯 배나 많았다.
옵서버의 계산대로라면 한국의 은닉자산에 제대로 세금을 매기면 약 8조450억원의 추가 수입을 정부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복지부 한해 예산의 4분의 1이 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