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해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장 쓴 소리를 내뱉은 인물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막한 ‘제37회 대한상의제주포럼’에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등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외면할 수 없지만 시장경제 원칙의 예외로서 규제와 조정을 늘리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을 너무 질타하는 소리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가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지금껏 시장경제를 소홀히 해 성장한 나라는 없었다”고 정치권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19일 경총포럼에서 “국내 경기가 침체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시장경제질서에 반하고 위헌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손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재계는 말뿐만이 아니라 직접 여야(與野) 원내대표를 찾아가는 ‘행동’도 개시하며 ‘재계 압박 수위 완화’라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전경련·대한상의·경총·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4단체 상근부회장은 지난 16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와 재벌때리기를 통한 정치권의 개입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17일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 관련 부분들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여당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계의 반격에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쉽사리 사그라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단체와의 회동 뒤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에 대해 일부 경제단체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정치권에 불만을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재계의 반격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한구 원내대표 또한 대기업 때리기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윤리 경영하는 자세를 보여야 기업의 주장이 먹혀들 것”이라며 재계의 변화가 선행돼야 함을 시사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박사는 “국민적인 감정에 호소에 도입한 규제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며 이런 규제는 부작용을 유발, 다시 폐지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사회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비용 증가를 가져온다”며 “국민의 감정에 기초한 기업 규제는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