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올 연말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야 없이 강조하고 있는 복지확대, 경제민주화라는 정책기조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경제전문가들은 수출 및 성장 부진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성장과 재정건전성 강화로 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위기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한 여러 나라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크고 길게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무상복지 시리즈, 경제민주화만 갖고 국민에게 환호 받던 물결은 지나갔다”며 “더 근본적으로 펀더멘털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들이 부각돼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고 해도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각 후보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9~10월께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면 복지는 사라지고 누가 더 성장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냐가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입증하듯, 몇몇 대선주자들은 벌써 발빠르게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포용적 성장’을, 손학규 상임고문은 ‘진보적 성장’을 내건 것. 그러나 유력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위기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방향 설정마저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교수는 “민주당 주자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 말한 게 아니다. 그 동안의 행적을 보면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것”이라면서 “박 전 위원장은 김종인식의 경제민주화만 일관되게 부르짖는다면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 교수는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면 좋든 싫든 바꿔보자는 심리가 커져 여당 후보에 불리하다”면서 “박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로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 세상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약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경제통인 안종범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것으로 위기대처와 큰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 재전건전성을 염두에 두고 총선 공약 등을 내놓은 데다 박 전 위원장은 꼭 지킬 약속만 했다. 이번 위기가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