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신민당 승리 유력…유로존 이탈 없다?

연정 구성으로 긴축 진행할 듯…유로존 탈퇴 가능성 낮아져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정책 이행을 약속한 신민당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아테네의 한 투표소에서 17일(현지시간) 한 그리스정교 사제가 투표함에 표를 집어넣고 있다. 블룸버그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그리스의 17일(현지시간)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공약한 신민당이 1위를 차지할 것이 유력시된다.

신민당은 이날 밤 9시45분 현재 전국 개표율이 33%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득표율 30.65%로 2위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5%포인트 격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시리자의 득표율은 25.85%로 나타났다.

그리스 내무부의 중간개표 발표에서도 신민당이 29.5%로 27.1%의 득표율을 나타내 시리자를 앞섰다.

신민당과 연정을 꾸렸던 옛 여당 사회당은 12.96%로 제3당에 오를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내무부 중간개표 결과 그리스독립당은 7.6%, 황금새벽당은 7%, 민주좌파 6.2%, 공산당 4.5% 순으로 나타났다.

예상 지지율과 제1당에 몰아주는 비례대표 50석을 합산해 추정한 예상 확보 의석은 신민당이 128석, 시리자 72석, 사회당 33석, 그리스독립당 20석 등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앞서 ‘거국정부’ 구성을 제안한 사회당과 신민당이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당과 신민당이 연정을 구성하면 예상 의석은 161석으로 정원 300석인 의회의 과반을 차지한다.

사회당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민주좌파를 포함해 ‘신민-사회-민주좌파’의 연정이 성사되면 민주좌파 의석 17석을 포함해 연립정부는 188석으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신민당과 제1당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시리자는 구제금융 재협상 공약으로 급부상한 후 지난 1차 총선때 지지율 16.7%보다 세를 조금 더 불렸지만 1위 자리에 오르기는 역부족이었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이날 밤 10시 총리가 될 경우 관례적으로 취임 소감을 밝히는 ‘자피오’ 청사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사마라스 당수는 “그리스 국민이 오늘 선거로 유럽을 향한 길과 유로존 잔류를 선택했다”면서 “더 이상 다른 모험은 없으며 유럽의 그리스에 대한 입장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그리스와 유럽에 중요한 시점으로 그리스의 모든 정당이 이익을 버리고 경제개발을 위해 협력해 하루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우리는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존엄을 지켜 경제 개발과 경제 위기라는 거대한 과제에 대처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TV에서 “사마라스는 주변 인사와 정당으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우리는 강력한 야당이 돼 정부가 주요 사안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나 구제금융 재협상 요구를 지지해준데 감사하며 그리스 뿐 아니라 생존 가능한 유럽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표 중간 결과 신민당이 직전 총선 때의 득표율인 18.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지지를 받으며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해짐에 따라 그리스는 일단 정부 구성의 가능성도 높였다.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유로존 퇴출이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한 만큼 지난 총선때보다 연정 성사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언론들은 관측했다.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는 중간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영 ERT 방송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구성을 하루라도 지체해선 안된다”며 “내일 당장 우리에겐 정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트로이카’는 그리스가 원만히 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구제금융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 결렬·구제금융 지원 중단·국가재정 고갈·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탈퇴 등 연쇄 반응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 우려감은 일단 사그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