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장에 이변이 일고 있다.
단기 투자자들의 활동이 뜸해지고 각국 중앙은행이 핵심 매수자로 부상했다고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최근 보도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 3월 말까지 1년간 400t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6t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중앙은행이 이처럼 활발하게 금을 매수한 것은 1965년 이후 반세기 만의 처음이라고 배런스는 전했다.
투자기관 샤프스픽스레이의 오스틴 키들 딜러는 “WGC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이 새로운 금 수요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앞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금이 세계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었던만큼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금 본위제를 중시하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1960년대 후반 무너지면서 중앙은행들은 과도한 양의 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1966년부터 2007년까지 중앙은행들은 금을 대량으로 매도한 이유다.
이후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과 함께 다시 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경제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통화는 금 뿐이라는 점이 재인식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신흥국의 금 매입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멕시코 등 신흥국들은 58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상품 컨설팅업체 CPM그룹의 제프 크리스찬 창업자는 “각국 중앙은행은 아마도 소량이나마 금 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말하는 ‘소량’은 연간 311~374t으로, 이는 세계 금 공급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활발하다고 해서 금 값이 오를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PM그룹의 크리스찬 창업자는 “중앙은행들은 시세에 변동을 줄 정도의 매입은 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간 공급량의 10%를 계속 사들인다면 금 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배런스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