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 17일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는 1000여명이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시위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졌고 급기야 10월15일에는 유럽과 아시아 등 82개국ㆍ900여 개 도시에서 유사한 형태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월가에서 불어 닥친 이 시위는 73일만에 막을 내렸지만 전 세계 금융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만큼 엄청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월가 시위가 발생한 이유는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은 보너스만으로 200억달러를 나눠 갖는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해외도 마찬가지이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성과급 잔치 논란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금융권 200~300% 성과급 잔치, 배당잔치 등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실제 금융사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금융권 가운데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는 다는 시중 증권사 영업 직원의 말을 들어봤다.
“금융권 연봉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성과급의 차이죠. 지점 영업 하는 직원들이나 상품 운용부 직원들은 성과급을 얼마 받느냐에 따라 수입이 하늘과 땅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D증권사 채권운용부와 파생상품 운용부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은‘3~4억 + 알파’를 받았다. H증권사 채권운용부 직원들도 ‘2억 + 알파’를 챙겼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보통 3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받아간 성과급이 CEO 연봉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증권업계는 철저히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적이 좋으면 자신의 연봉은 물론 최고경영자(CEO)보다 몇 배나 많은 성과급을 챙긴다. 실적이 나쁘면 성과급도 별로다. 그러다보니 증권업계에서 ‘행복은 계급순이 아니라 실적순’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 영업직원들의 성과급은 천차만별이다. 연봉보다 낮은 수익을 올린 직원은 성과금은 고사하고 다음 해 연봉이 깎인다. 그러나 실적이 우수한 직원은 20억원 이상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성과급을 받지 못하면 4000만원 안팎의 기본급 밖에 챙기지 못한다”며 “금융계에 종사하면 모두 억대 연봉을 받는 줄 알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IPO(기업공개), IB(투자은행)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관련부서 직원들의 경우 성과급을 못받는 경우가 속출했다. 실제로 지난해 H증권 전체 직원의 평균 성과급은 1000만원 정도다. 이는 직원들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은행과 보험사는 그나마 증권사보다는 낫다.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기본급에 준한 성과급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우리은행으로 기본급의 192%를 지급했다.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기본금의 100%, 결산 성과급으로 92%를 지급한 것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지난해 12월 기본급의 150%,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그룹의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그룹의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토대로 성과급이 지급됐다. PS는 각 사업부별로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초과달성했을 경우 초과 이익분의 20% 내에서 임직원 연봉의 12∼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반기마다 생산성 목표 달성시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하는 ‘생산성격려금(PI)’과 함께 삼성의 대표적인 보너스제도다. 업계에서는 두 보험사의 직원들이 약 연봉의 40% 가량을 지급받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직원별 부서별 성과급이 얼마나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라며 “하지만 전체 직원이 자신의 기본급에 준해 플러스 100%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증권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성과급 ‘돈잔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업계가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했고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숫자가 늘어난 탓에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번 돈의 일부를 성과급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보너스 개념보다는 일종의 급여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