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 다운스 경마장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제138회 켄터키더비에서 인기순위 9위의 ‘아일 해브 어나더(I’ll Have Another, 3세, 수말)‘가 2000m 주로를 2분 1초 83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경주가 시작되자 유력한 우승후보인 보디마이스터(Bodemeister)가 선행을 나서 경주를 주도했다. 우리나라 대상경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도 큰 경주에서 선행마가 우승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강자들이 많아 빠른 경주전개를 해도 모두 따라붙을 수 있는 능력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순위 변동 없이 마지막 직선주로에 접어든 이후 조금씩 순위가 갈리기 시작했다.
우승의 희망을 조금씩 높여가던 보디마이스터(Bodemeister)는 결승선을 100여m 남겨 놓고 거리차이를 좁혀오던 2선의 경주마중에 ‘아일 해브 어나더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보디마이스터는 마지막 힘을 냈지만 쫒아오는 경주마의 탄력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아일 해브 어나더’가 1.5 마신(3.6m)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초반부터 차분하게 중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하며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기회를 노린 ‘아일 해브 어나더’의 투지가 돋보였다.
우승을 차지한 ‘아일 해브 어나더는 인기순위 9위의 비인기마였지만, 10여두 이상의 상위권 경주마들이 능력차이가 크지 않아 누가 우승하더라도 크게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고 인기마인 보디마이스터는 아쉽게 2위에 그치며 최고 인기마의 우승실패 징크스를 이어가고 말았다. 인기 2위마인 유니온 랙스(Union Rags)는 경주 내내 눈에 띄지 않는 경주를 펼치며 7위에 머물렀고 인기 3위마 제몰로지스트(Gemologist)는 16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지난해 2세마 챔피언 한센(Hansen)도 9위로 좋은 성적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켄터키 더비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중 첫 번째 대회이다. 매년 5~6월 미국에서 2~3주 간격으로 열리는 켄터키 더비·프리크니스 스테익스·벨몬트 스테익스(Belmont Stakes) 3개 대회를 합쳐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른다.
우선 각 대회 우승마에게는 60만~14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말은 트리플 크라운 위너(Winner·三冠馬)라고 하는데, 이 말이 종마(種馬)로 변신할 경우 무려 수천만달러의 귀하신 몸이 된다.
‘아일 해브 어나더’의 부마는 플라워 앨리(Flower Alley)로 올해 10살의 데뷔 3년차 씨수말이다. 지난해 챔피언사이어에 올랐던 디스톨티드 휴머(Distorted Humor)의 아들로 경주마시절 Travers S(G1)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그해 브리더스컵 클래식에서 2위에 오르는 등 다수의 그레이드경주 우승을 기록한 최상급의 경주마였다.
2007년부터 씨수말이 되어 2010년 데뷔1년차 씨수말에서 11위로 출발했고 지난해 데뷔2년차에선 13위, 그리고 올해 더비우승자마가 배출되면서 데뷔 3년차 씨수말에서 1위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2012년 교배료로 7500달러를 받고 있는 플라워 앨리는 경주마시절의 성적이나 부마의 명성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교배료가 낮게 책정이 되었다는 느낌도 있는데 최고의 경주 중 하나인 켄터키더비 우승마를 배출했기 때문에 내년 교배료는 최소한 100% 이상의 대폭적인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