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을 책임지기 위해 4명의 대표단과 비례대표 후보 14명의 전원 사퇴를 권고하면서 분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열당시 상황을 상기하기도 한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당원들이 소명의 기회를 달라는 진실규명 요구는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진상조사위원회가 여러 차례 만류에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서둘러 부실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믿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시민 공동대표는 “당 의결기관의 회의 자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민주주의 파괴”라며 “이처럼 당원 민주주의를 충족하기 위해 당원 총투표가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운영위 결정이 정당성이 있다고 압박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분당만은 막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심 공동대표는 “당을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이뤄진 결단을 당원들이 함께해 주기를 당부한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바탕에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간의 권력 투쟁이 깔려있다. 경선을 주도적으로 관리했던 당권파는 ‘부실·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진상조사위의 발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당권파에 속하는 김재연 당선자는 지난 6일 “문제투성이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사퇴를 권고한 전국운영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면 지분 55%를 갖고 있는 당권파가 무장 해제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2008년과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시 심상정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추천’의 전권을 요구했다. 기존 당 지도부가 2007년 대선 패배를 책임지고 전원 사퇴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총대를 메는 조건으로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비례대표 공천권을 갖겠다는 것은 당 지분을 전부 달라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한편 박원석 비례대표 당선자는 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어제(6일) 김재연 당선자가 전국운영위원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사퇴를 거부하겠고 밝혀 12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와 충돌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국민의 시선에서 진보라는 전체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상하게 비쳐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지난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일심회 사건에 연루됐던 인사들 출당여부가 문제였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권을 놓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