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타나는 지표는 희망과는 정반대다. 올 1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세계 경제가 평균 3.9% 성장한 데 반해 우리는 3.6% 밖에 안 됐다. 가장 역동적이라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세계 평균치 만큼도 성장하지 못했을까.
1인당 소득 2만 달러에서 주저앉은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 나오려면 성장 기반의 확충이 유일한 방책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수출과 제조업에 치우친 우리의 성장 동력을 다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이 그 전형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논의 때마다 피해자로 부각되는 퇴영적 이미지에 갇혀 있다. 이런 고정 관념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연간 억대 수입을 올리는 농.어민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농수산물 판매로 1억 원 이상 벌어들인 농가는 2010년 기준 2만 6000 가구로 2005년 (1만 6000가구)보다 58.5%나 늘었다고 한다. 농가 평균 소득은 2010년 5730만 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 소득의 1.3배에 이를 정도다. 모처럼 형성된 농업 선진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려면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향후 농업 진흥의 방향을 지원 효과가 불투명하고 부정 수급이 발생하는 국가보조사업에서 장기저리융자 형태로 바꿀 방침이라고 한다. 선거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낙후된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농업발전이 기대된다. 선진국치고 농업이 선진화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 기업의 진흥도 필요하다. 2010년 전 산업의 취업자가 2383만 명이었는데 서비스 수출에 따른 취업자는 162만 명으로 전체의 6.8%에 그쳤다. 거꾸로 생각하면 제조업 위주 ‘고용 없는 성장 ’의 돌파구로서 서비스 분야가 유망하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평면 콘텐츠를 3차원(3D)으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한 ‘스테레오 픽처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영화와 방송사의 3D 콘텐츠를 수주 하면서 2009년 50명이던 직원이 2010년에는 3000명으로 급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 중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58.2%로서 OECD 회원국 평균인 69.5%보다 11.3% 포인트나 낮다. 미국은 이 비율이 76.8% , 일본은 73.8% 다 . 이처럼 서비스 산업의 기반이 약하다 보니 서비스 수지 적자가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0년에는 이 규모가 112억 달러에 달했다.
한계에 봉착한 제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을 보완할 성장 동력이자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요소로 교육 , 관광, 금융, 운송,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에 형성된 동반 성장의 기조를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또 다른 성장 동력 확보에 긴요하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4~5% 였던 일반 중소 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은 2009년 부터는 3%대로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 협력 업체들은 5%대를 유지하며 안정적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10개 휴대폰 협력사는 지난해 8.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4%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그 협력사와 같은 동반 성장의 모델을 확장시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양극화 해소에도 중심적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성장의 온기를 더 번지게 하는 정책을 쓰면서 누구라도 성장에 다시 매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가 성장을 잊어버리면 복지마저 기댈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일을 더하려는 국민이 있는 데 분배와 형평만 얘기해서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스페인의 위기는 성장이 없어서지, 복지가 없어서 온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