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황제경영 시대 종언]공정거래·상생협력 체질화로 ‘진정한 공생’추구

입력 2012-04-23 09:31 수정 2012-05-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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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

삼성전자는 LCD TV, 모니터, 노트북 등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장착돼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주는 전력반도체(PMIC)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 중소기업인 실리콘마이터스는 삼성전자에 공동개발을 제안한다. 결국 양사는 전력반도체 7개를 1개로 통합해 휴대용 전자기기를 슬림화시킬 수 있는 국산화 기술개발을 공동 추진하게 된다.

2개월 만에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삼성전자는 부품수 감소, 수입대체 등으로 연간 125억원의 원가절감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보답으로 실리콘마이터스에 구매물량을 2010년 900만개에서 2012년 8000만개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했다.

그 결과 실리콘마이터스의 삼성전자 거래액은 200년 100억원에서 2011년 410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라는 명성도 얻으면서 판로가 확대돼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주력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협력업체 사장들과 만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중소기업, 성과 공유로 함께 발전= 4.11 총선이 끝나고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정치권은 재벌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재벌 스스로도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하지만 재벌도 억울한 면이 많다. 지금까지 투자확대, 인력 채용, 성과 공유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앞장서 왔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삼성전자와 실리콘마이스터의 성과공유도 이에 대한 한 사례다.

현대차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의 연비절감 방법을 고심한 끝에 지난 2009년 협력사인 명화공업에 운전조건에 따라 냉각수량 가변제어가 가능한 전동식 워터펌프의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전동식 워터펌프의 국산화 공동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전동식워터펌프를 장착해 연비절감을 강화한 신차종 출시가 가능해졌고, 명화공업은 연간 26억원 내외의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전동식 워터펌프 개발과정에서 취득한 해외특허 8건을 포함한 22건의 특허권을 현대차와 명화공업이 공유하기로 함에 따라, 기술료는 물론 높아진 기술력으로 해외 진출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지에스인스트루먼트와 2004년부터 통신용 계측기 개발을 시작, 2008년 7월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에스인스트루먼트는 이후 중국·대만·일본·유럽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하며 수출액이 2008년 15억원에서 지난해 48억여원으로 증가했다. SK텔레콤도 30% 이상 원가 절감 효과를 얻었다.

▲LG는 지난해 말 중소협력회사와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윈윈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LG-중소협력회사 테크페어’를 개최했다. LG화학 기술연구원장 유진녕 부사장(맨 앞)을 비롯한 LG 기술담당 임원 및 연구원들이 R&D 협력 우수사례 및 중소협력회사의 신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 동반성장 앞장선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호 보완을 통해 더욱 성장해 나간다. 경쟁력을 갖춘 우수 협력사가 있어야만 대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최근 2012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갖고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비(R&D) 지원을 포함해 7707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협약식을 갖고 동반 성장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1차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현금성 결제 대금지급 횟수를 월 2회에서 3회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성과공유 투자기금’ 1000억원을 신기술공모제로 출연, 거래여부와 상관없이 기술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에 개발자금 지원과 거래문호를 확대했다.

삼성전자 최병석 부사장은 “올해는 공정거래 체질화, 상생협력 활동 강화,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3대 중점전략으로 설정해 협력사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달‘동반성장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 사내 교육기관으로서의 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협력회사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평택 러닝센터 내의 건물 한 동을 ‘동반성장 아카데미’ 전용 건물로 지정했다. 협력회사 임직원은 30여개 강의실을 갖춘 전용 건물에서 연중 수시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게 됐다.

LG전자 최남현 동반성장 담당은 “협력회사의 경쟁력은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동반성장 의지를 바탕으로 협력회사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소 부품사의 성장을 위해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1차 협력사들을 글로벌 부품 메이커로 성장시킨 동반성장 노하우를 2·3차 협력사들에게도 확대 적용함으로써 영세 업체들과도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공생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8년 9월 국내 그룹 중 처음으로 그룹 단위 동반성장 경영 시스템인 ‘SK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그룹 차원에서 동반성장 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일회성 도움보다는 협력업체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높아져야 실질적인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술지원, 자금지원, 경영지원 등 시스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매월 100여개 협력업체 CEO를 초청해 조찬 강연회를 열고, 연간 300명 이상의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온라인 교육도 지원한다. 또한 협력업체의 법무, 세무, 노무 등의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고충처리 전담조직을 신설해 협력업체의 경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200여개 협력사를 2014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스몰 자이언츠’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상담사와 내부 산업명장·품질명장 등 100여명의 전문가로 경쟁력강화 지원단을 구성해 생산성 향상 및 품질개선, 품질인증 취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3월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6층 대회의실에서 11개 계열사와 1·2차 협력사 대표, 정부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그룹-협력사, 2012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개최했다.
◇재계 총수도 나선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단순히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근간입니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신년하례식에서 한 말이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 업(業)의 개념은 양산 조립업으로,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기 힘들다”며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소 협력업체의 발전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핵심요소의 하나”라며 “회사의 발전과 SK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의 실천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협력회사와 갑을 관계가 없다”며 “임원들이 실질적 변화와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한다.

최근 임원세미나에서도 ”동반성장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아니라, 협력회사가 실제로 경쟁력을 키워 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회가 있는 대로 협력사를 방문해 그들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발전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곤 한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LG화학 협력업체 디에이테크놀로지와,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LG전자 협력회사 이코리아산업을 직접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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