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자리한 프놈펜 카나디아 타워. 1년 중 날씨가 가장 덥다는 4월이지만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개장을 준비하는 거래소 직원들의 움직임에서 더위에 지친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평균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의 캄보디아에서 CSX 개장을 준비해온 시간이 벌써 3년이기 때문이다.
인구 1500만명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800달러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지만 캄보디아로의 진출은 그 어느 나라보다 힘들었다. 중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의 진출 경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라오스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합작 증권거래소인 CSX 개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 향후 아시아 증권시장 재편 대비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증권시장 성공적 개장
18일 한국거래소는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으로 개설한 캄보디아 증권시장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성공적으로 개장됐다고 밝혔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영상 축하 메세지로 시작된 이날 개장 행사에는 키 촌 부총리를 비롯한 캄보디아측 인사 300여명과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유재훈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 우주하 코스콤 사장 등 국내 관계기관의 고위층이 참석해 축하했다.
거래소는 지난 2006년 11월 캄보디아 정부와 증시개설 지원을 위한 MoU 체결 이후 전문인력 양성교육과 증시제도 자문을 제공해왔다. 또 코스콤과 협력해 캄보디아에 적합한 IT시스템을 개발, 제공했다.
그 결과 거래소는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의 지분 45% 취득하고 이사회 참여(7명 중 3명) 등을 통해 캄보디아 증권시장을 공동 운영하게 됐다.
첫 상장사는 국영기업인 프놈펜수도공사로 자본금은 지난 2010년 말 기준 1254억원이다. 수요예측 결과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거래소 측은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 3국에 한국형 증권시장을 보급, 향후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봉수 이사장 "CSX 인도차이나 중심시장으로 성장 기대"
"쏩쏩하이(안녕하십니까?)"
서투른 캄보디아 말로 기념사를 시작한 김봉수 이사장은 "밤낮 없는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늘 그 결실을 맺게 됐다"며 캄보디아 증권시장 개장에 따른 기쁨을 나타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이 증시를 개장할 1956년 당시 한국은 최빈국이었지만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이같은 성장의 밑바탕에는 증권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의 열정을 지켜봐왔다"며 "캄보디아 정부의 강력한 증시 성장 의지와 한국거래소의 협력을 통해 캄보디아 증권시장이 인도차이나의 중심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캄보디아 증권시장 개장은 성공적이었다. 캄보디아 증권시장 개장 초기 상장사인 프놈펜수도공사의 주가가 개장 첫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초가보다 47% 상승하며 거래를 마친 것이다.
캄보디아 거래소는 오전 10시 35분과 오후 12시 두 차례에 걸쳐 매매가 체결되는데 이날은 개장 첫 날 개념행사 때문에 9시 09분터 호가를 받기 시작했다.
10시 35분 첫 매매체결에서 9400리엘을 기록한 프놈펜수도공사는 12시 매매체결에서 종가 기준 9300리엘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대금은 45억3000만리엘(12억6800만원)이었다.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
거래소는 이번 캄보디아 거래소의 성공적 개장으로 한국거래소의 역량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거래소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셀 수가 없다. 이번 캄보디아 거래소 개장에 앞서 지난해 1월 라오스에 첫 번째 해외 합작 증권거래소를 설립한 바 있으며 지난 2009년에는 베트남 증시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한 것.
2007년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채권 매매와 감리시스템 개발 5건을 수주했고 필리핀과는 지난해 시장감시시스템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로의 진출도 꾀했다.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증시 IT시스템 개발을 수주한 것. 현재 거래소는 아제르바이잔ㆍ카자흐스탄과 증시 시스템 현대화 프로젝트를 협의 중에 있다.
프놈펜(캄보디아)=문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