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간 ‘왕의 자리’를 한번도 내놓지 않았던 금(金)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 강세로 귀금속 수요가 줄고있는 가운데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금 값이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 펀드를 제치고 1등 자리를 꿰찬 주인공은 누굴까. 바로 원유펀드다. 이 펀드들은 이란 이슈 및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감에 파죽지세로 내달리고 있다. 6개월 수익률이 무려 30%에 육박한다.
에너지 광물공급 호재를 안은 러브펀드(러시아·브라질) 역시 자원 관련 기업들의 급등에 힘입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절대지존으로 거듭나던 중국본토 펀드도 가뿐히 눌렀다.
이쯤되니 원자재펀드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이라면 이제 아리송해졌다. 지금 환매에 나서야 할지, 계속 가져가는 게 나을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안는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 수단의 ‘대표상품’인 원자재펀드,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러나 이같은 수익률 부진속에서도 자금유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금펀드로는 2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3년(641억원), 2년(592억원), 1년 (563억원), 3개월(35억원), 1개월(34억원) 등 장단기 구간 모두 순유입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주식시장 파고속에서도 꾸준히 자금이 들어온 섹터는 금펀드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서는 금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유럽의 금리 동결과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으로 아직까지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값상승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럽위기가 어느정도 진정되면 달러 강세가 지금보다 완화되면서 금값이 다시 상승세를 띨 것”라며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부터는 펀드 수익률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 값이 1700달러 아래로 내려간 지금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 주요국들의 중앙정부들이 금 매수세를 늘리고 있고 금의 최대 소비국인 인도의 경제성장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금 값의 반등여건은 갖춰지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이후 금 값이 충분한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저가매수에 나서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란 리스크가 붉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펀드 수익률이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원유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유시장의 투기적 수요로 인해 가격 불확실성이 커졌고 단기급등으로 가격 부담감이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지금 원유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손 연구원은 “현재 원유시장의 90%는 투기적 수요로 보인다”라며 “향후 원유가격이 하향조정되면 펀드 수익률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국제유가 가격조정을 확인한 후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원자재 수요증가 수혜를 오롯이 받는 러브펀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각각 21.32%, 18.74%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펀드 평균 수익률 11.14%를 최고 2배 가까이 상회하는 기록이다. 영원한 관심의 대상인 중국펀드(11.85%)는 일찌감치 따돌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가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러브펀드가 원자재가격 상승 및 신흥국들의 긴축완화 기대감을 안고 앞으로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가 인플레이션 우려감에 주춤한 사이 러시아, 브라질이 국제유가 수혜를 안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만약 두 국가만 놓고 본다면 단기급등 부담감이 높아진 브라질 보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러시아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