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잘 나가는 것 좀 보여줘 봐.” “오메가, 롤렉스, 좋아?” 평소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한국인 남성이 건넨 한국말에 유쾌한 한국말로 답하는 베트남 주인. 우스꽝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베트남 호찌민시의 최대 쇼핑명소 ‘사이공스퀘어’다.
2층 규모의 사이공스퀘어 안에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매장마다 2~3명의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영어, 중국어는 물론 베트남 특유의 억양이 섞인 유창한 한국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이 옷, 여성의류, 가방, 시계등 각종 매장이 한데 어우러져 동대문 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는 곳은 단연 루이뷔통, 토리버치 등의 짝퉁을 판매하는 가방 매장. 일본인 관광객이 ‘디스 이즈 이미테이션?(이것은 짝퉁인가요)’라고 물어보자 종업원이 이내 말했다. ‘카피(짝퉁).’사이공스퀘어는 짝퉁과 함께 진품도 판매하기 때문에 여느 짝퉁 시장과는 달리 이런 질문이 자주 오간다.
수년째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김주남(42세·남)씨는 “명품을 살때 이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물어보면 가짜면 가짜, 진짜면 진짜라고 말을 해준다”며 “명품업체에서 추가 생산한 제품들을 가져와서 판매해 사이공스퀘어는 진품과 짝퉁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규제가 심해져서 규모가 축소됐다. 하지만 잘 찾으면 좋은 짝퉁과 진짜 명품도 아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매장마다 거의 비슷했지만 기자가 보기에도 한눈에 SA급으로 보이는 제품은 비쌌다. 짝퉁 시계를 판매하고 있는 한 매장에서는 똑같은 구찌 시계라고 해도 품질에 따라 가격이 최고 100달러 이상이었다. 저렴한 제품의 경우 10달러에서 15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가방과 지갑, 벨트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 매장에서는 유독 몇몇의 브랜드만 눈에 띄었다.
종업원은 단속이 심해 프라다, 에르메스 등의 짝퉁 제품들은 거의 사라졌다며 요즘 뜨는 명품 토리버치를 건넸다. SA급 신상(신상품의 줄임말)으로 가격은 우리 돈으로 25만원대. 하지만 절대 디스카운트(가격할인)는 없었다. 사이공스퀘어는 중국의 최대 짝퉁시장 슈슈이제 등과는 달리 가격 거품이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할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가격을 부르는 가격정찰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 한 관광 가이드는 “만약에 할인을 받고 싶다면 사고 싶다는 눈빛을 던진 채 뒤돌아서라. 뒤돌아서서 붙잡으면 1달러라도 할인을 해주겠다는 뜻이지만 붙잡지 않으면 절대 할인할 생각이 없다”며 “재량껏 가격을 낮추겠지만 사이공스퀘어에서는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