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역사는 자동차와 관계가 깊다. 매년 우수선수에게 주어지던 부상의 1순위가 자동차기 때문이다. 올스타전과 한국시리즈, 페넌트레이스 MVP에게는 당대 최고의 승용차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1982년 첫 올스타전과 한국시리즈 MVP의 부상은 새한자동차(현 한국GM)가 만든 ‘맵시’였다. 맵시는 1982년 2월 첫 선을 보인 소형 승용차였다. 1977년 새한이 만든 소형차 ‘제미니’의 변형(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던 맵시는 우수한 경제성과 안전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중산층의 인기를 끌었다.
야구선수로서 첫 맵시 오너는 올스타전 MVP 김용희였다. 당시 김용희는 올스타 시상식 후 맵시 보닛 위에 걸터앉아 만세를 불렀지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MVP의 부상은 줄곧 대우차의 인기 제품이 전달됐다. 제품의 덩치가 육중해 야구선수들과의 이미지가 맞았고, 성능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온 덕분이었다. 나오는 제품마다 인기가 좋았던 것도 한몫을 했다.
최동원, 선동열, 김시진, 유두열, 한대화, 문희수, 박철우 등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맵시-나, 르망, 로얄 등 대우차의 인기 모델들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후원사가 현대차로 바뀌었다. 당시 현대차를 계열사로 보유했던 현대그룹이 프로야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MVP에게 전달됐던 부상은 뉴 쏘나타, 쏘나타 II, 싼타모, EF쏘나타 등이다. 특히 1996년 한국시리즈 MVP 이강철에게 전달된 싼타모를 뺀 모든 부상의 차종은 쏘나타였다. 가장 인기가 높은 대중적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한국시리즈 MVP 정민태가 EF쏘나타를 받은 뒤, 한동안 야구장에서는 자동차가 사라졌다. 대신 현금 시상제가 도입됐다. 자가용을 보유한 선수가 차를 상으로 받을 경우 그 차를 해결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는 다시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아차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한 것도 자동차 부상 부활 이유 중의 하나였으나, 그동안 지속됐던 ‘MVP=자동차 부상’이라는 관례를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9년 올스타전 MVP를 수상하며 K5 하이브리드를 받은 안치홍은 역대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19세)에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은 선수로 기록됐다.
수입차 시장이 대중화 시대를 맞으면서 우수선수 부상이 수입차로 지급된 적도 있다. 2010년 한국시리즈 MVP 박정권은 폭스바겐 골프를 받았다. 프로야구 역사 상 수입차가 부상으로 전달된 것은 처음이었다.
가장 최근 전달된 상품은 기아차 K7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MVP 윤석민과 한국시리즈 MVP 오승환에게 K7을 부상으로 제공했다.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지난해 올스타전 MVP 부상으로 K5를 받았던 이병규는 자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협찬용으로 받은 차는 있지만,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개인 소유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0년 올스타전 MVP에 뽑혀 역시 K5를 받은 홍성흔은 상으로 받은 차를 부친에게 전달했다. 본인 소유의 자가용도 있지만, 올스타전 출전 전부터 “K5를 타면 바로 아버지께 선물로 드릴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약속을 지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