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바로 “수익이 신통치 않아도 좋으니 세금을 적게 내는 절세형 유망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지난해 12월 31일 전격 통과되면서 강남 부자고객들의 재테크 패러다임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인 고수익을 원하는 게 부자들의 맥이었다면, 바야흐로 절세가 되는 비과세 금융상품에 투자 오감이 쏠리는 것.
한국판 버핏세란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새로 시행된 소득세 누진 제도를 말한다. 종합소득과세 표준에 3억원 초과구간이 신설됐기 때문에 세 부담이 무려 최대 41.8%(주민세 포함)까지 무거워진 게 특징이다.
즉, 소득세 과표 구간이 3억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들이 아무리 수익률이 좋은 고수익 상품에 가입하더라고 세금으로 벌어둔 알토란 수익을 모두 깍아먹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강남 큰손들도 절세상품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김예나 과장은 “가령 이자가 4~5%인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면 이자까지 다 챙길 수 있지만, 수익률이 높은 과세 상품에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몽땅 까먹기 십상”이라면서 “버핏세 시행으로 전국 고액 고객 보유 지점으로부터 부자증세와 절세상품 관련 세미나 쇄도 요청이 봇물인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의 제1 원칙은 바로 아끼면서 실질 수익률은 올려야 한다는 데 있다. 또 금융상품의 수익을 깎아 먹는 좀도둑들은 바로 수수료와 세금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에 부자들의 알뜰한 세 테크 전략을 반면 교사 삼아 투자 아이디어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선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즉시연금은 10년 이상 투자하면 100%비과세에 가입 한도도 없는 것이 특징.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고 바로 다음달부터 연 4~5%의 안정적 금리로 연금형태로 돌려받는 보험업계 대표상품이다. 시중 증권사 한 PB는 “매달 연금이 필요하지 않는 부자 고객들도 앞다퉈 달려 들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채권 원금이 늘어나는 물가연동국채도 최근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표면 이자로 매년 수령하게 되는 이자수익에 대해선 과세 하지만 물가와 연동해 원금이 상승하는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또한 펀드상품으론 배당소득이 분리과세 되는 인프라, 선박, 유전펀드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는 충고다.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올 연말 까지 수령분까지 1억원 이하 5%, 1억원 초과분엔 14%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1억원 이상 고액을 맡길수록 절세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 1월 말 청약한 한국투신의 ‘한국투자ANKOR유전해외자원개발펀드1호’도 조세특례제한법의 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 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특례가 2014년까지 적용되는 절세펀드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액면 기준 3억원 초과한 부분에 대해선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액면 기준 3억원 이하 원금 금액에 대해선 5.5%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세폭탄 막으려면 6월1일을 기억= 부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여러 채 이상을 지닌 주택 처분 시기다.
실상 몇십 억 규모 거액의 주택 하나를 처분하거나 증여하는 많게는 1/3가량이 고스란히 세금으로 나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 처분 시기 타이밍만 잘 조정해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귀띔 했다.
일례로 단독주택, 상가, 토지 등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보유 비중이 많은 자산가 최 모씨는 얼마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예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는 뉴스를 보고 한숨이 깊어졌다. 통상 표준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기준시가도 올라가는데, 부동산 세금은 기준시가와 연관이 높다. 올 해 자녀에게 주택을 양도해 증여하려던 최모 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그러나 최 씨처럼 부동산 증여나 양도를 생각하는 부자고객들이라면 세금 달력을 잘 활용해 주택 세테크 전략이 가능하다.
현대증권 프리미어컨설팅팀 김용갑 세무사는 “기준시가는 재산세, 종부, 증여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매기는데 기준이 되는데 기준시가 고시일은 부동산 종류별로 달라 이를 활용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며 “가령 주택은 4월말, 토지는 6월말이기 때문에 올해 기준시가가 올라갈 거 같다면 기준시가 고시일 전에 증여를 하는 편이 더 적당한 평가액으로 가능해 세테크상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로 전년도 대비 올해 기준시가가 하락할 거 같다면 고시일 이후에 증여를 도모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꼭 기억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국내 대표적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해당일에 과세 물건을 소유한 자에게 부과한다. 따라서 부동산을 양도하려면 가급적 6월 1일 이전에 팔아야 보유세 부담을 덜 수 있다.
김 세무사는 “또 종부세 절감 측면에서 세대 분리된 자녀에게 증여를 계획중이라도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증여해야 원하는 세금 절감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