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절기인 춘분이다. 마지막 꽃샘추위가 시샘을 부린다고는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코스피지수도 봄기운과 함께 2040선을 회복하며 전고점인 2050선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연일 지지부진한 선진국 증시
국내증시가 고점을 뚫고 강한 힘을 받기 위한 뚜렷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증시도 별다른 이슈 없이 미미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유럽증시가 닷새 만에 하락했다. 범유럽권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전일대비 0.47% 떨어졌다.
미국 증시에서는 부진한 경제지표에도 애플이 17년 만에 배당을 결정하고 자사주 배당 계획을 밝히면서 지수를 지탱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6.51포인트, 0.05% 상승한 1만3239.13으로 장을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0% 올라 지난 2008년 5월 이후 3년 10개월만에 최고치인 1409.75를 나타냈다.
애플은 주당 2.65달러의 주식배당을 실시하고 오는 9월1일부터 향후 3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600달러를 넘어섰다. 애플이 3년간 투입하는 자금은 450억달러(약 50조5300억원)에 달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증시를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외국인 이탈 하나?
이처럼 선진국 증시가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코스피지수도 확실한 상승추세를 보여주지는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흐름을 견인했던 유사한 호재만으로는 탄력적인 상승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주식형 펀드 환매로 기관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고 달러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 상승 대비 국내기업의 이익전망 상향이 뚜렷하지 않아 상승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고점 부근에서 저항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긴 호흡에서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은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관망세가 짙고 외국인들의 절대 매수액이 감소해 상승 탄력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이 8000억원 이상을 순매수, 전주의 순매도 추세는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국내증시 뿐 아닌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 증시에서 3월초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 내지는 자금 이탈이 있었지만, 지난주 외국인의 순매수가 재차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OECD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유럽통합재정안정기금 확대에 대한 기대로 유럽 리스크 완화 무드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외국인의 매수 기조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도 “가격을 고려할 때, 만기 주간에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만과 인도, 태국 등 주요 신흥국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증시만 소외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