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한 곳이 없다. 신생기업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이 원활치 못한 혁신형 중소기업에 투자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마련돼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하는 이유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개혁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 담보가 충분한 기업에게 자금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신생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상위 1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시장 중심 국가는 4.1배, 은행중심 국가는 5.7배로 각각 집계됐다. 한국은 13.7배로 나타났다. 값이 크면 클수록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됐음 의미한다
그는 “은행의 역할비중이 높으면 현금흐름은 기존 기업들에게 고착화 된다”며 “자본시장이 발전되면 이같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최근 자본력을 갖춘 투자은행(IB)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자금조달과 운용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자산관리 시장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IB를 표방하고 있지만 자기자본이 유수IB들의 30분의1에 불과하다”며 “결국 위험부담(리스크테이킹)에 실패, 차별성 없는 서비스와 상품만 제공하다보니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수수료 싸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 중 고성장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국내투자자들에게 연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해외네트워크가 취약해 이 일들을 대부분 해외IB들에게 뺏기고 있다”며 “IB사업은 기업들의 기밀 정보까지 다루는데 이 정보들이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해외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발발 당시 해외IB들의 레버리지는 3000~4000%였다”라며 “그러나 국내IB는 언더라이팅 등 기초적인 에이전트(Agent)업무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고 평균레버리지도 500% 미만이기 때문에 해외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자본시장법 개정안 안에 마련돼 있다”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자본시장의 수요·공급 기반이 확대되고 국가경제의 활력이 제고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상장기업의 재무·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통한 기업금융 개혁’이란 내용으로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화진 서울대 교수역시 “금융위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캐나다의 경우 금융기관 규모나 사업영역에 대한 규제 대신 자산운용과 자본건전성 규제를 강화했다”며 “국회에 계류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역시 이같은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개회사를 통해 “최근 글로벌 경제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미래를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한다”며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용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부사장, 신인석 중앙대 교수,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박종길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