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인 수입자동차 부품을 둘러싼 세간의 자조다. 지난해 수입차가 국내에 출시된 지 25년 만에 연간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의 무서운 질주에 힘입이 ‘대중화‘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업체별 활발한 마케팅과 일부 브랜드의 물량 확보 현황을 고려해 볼 때 하루 평균 300여 대가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사치품’이란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과히 열풍이라 할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판매성장 만큼 애프터서비스(AS) 등에서 양적·질적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를 방증 하듯 지난 2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수입차 소비자불만 건수는 1만대당 10.8건으로 국산차(5.0건)에 비해 배 이상 높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직접 확인하고자 서울 장안동 자동차 부품 판매사를 찾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품가격을 바탕으로 브랜드별 공식 지정 정비소들에 입고된 차량 수리비를 조사해 봤다. 또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수입차 신차 교환 및 환불 제도의 현 주소도 짚어봤다.
이번 조사에서는 독일, 미국, 일본 수입차 중 브랜드별로 대표적인 모델을 선정해 비교적 수리 의뢰가 많은 앞범퍼와 엔진오일 교환가격을 조사했다. 아우디 ‘A6 2.0’를 비롯해 BMW ‘528i’, 벤츠 ‘E350’,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포드 ‘토러스’, 랙서스 ‘ES350’, 혼다 ‘어코드3.5’, 인피니티 ‘M35’등 9종의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기준 차종은 현대자동차 ‘그랜저HG’로 앞범퍼 교체 가격은 15만원선, 엔진오일 교환가격은 시중에서 공임비 포함 5만원선에서 교환할 수 있다.
앞범퍼 부펌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밝혀진 수입차는 벤츠 E350이다. 신차 가격이 그랜저HG(3430만원)보다 2배 이상 비싼 6970만원이지만, 앞범퍼 교체비용은 10배 이상 비싼 160만원(공임합계)에 달한다. 포드 토러스와 수입 베스트셀링카인 BMW 528i도 앞범퍼 가격 13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이어 폭스바겐 파사트와 아우디 ‘A6 2.0’가 120만원 수준이다.
일본차 중에서 인피니티의 부품가격이 가장 쌌다. M35은 그랜저HG 신차가격 대비 1.6배 비싼 5500만원인 데 비해 앞범퍼는 보닛 1.3배인 20만원대에 불과했다. 혼다 어코드3.5와 랙서스 ‘ES350’각각 60만원대에 공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모품인 엔진오일은 상당수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많은 무상교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역시 가격 차가 대여섯 배에 달한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는 통상 4~5만원 선에서 교환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회사 모델이지만 서비스센터 별로 가격차이가 확연히 달랐다.
아우디 A6 2.0 모델을 경우 용산센터가 17만원 데 반해 서초, 성수, 송파센터의 경우 30만원으로 무려 13만원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 에어크리너 등 세트교환 시 최대 10만원의 추가요금도 지불해야 한다. BMW 528i 역시 송파 도이치 센터가 17만원인 데 반해 용산 한독 센터의 경우 27만원으로 1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벤츠 E350 모델은 엔진오일 한번 교환에 30만~40만원 선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수입차의 엔진오일 교환 경우는 보통 10만원대를 구성했다.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는 15만~20만원, 포드 토러스는 15만원선을 넘지 않았다.
일본차는 렉서스가 최저 13만원에서 21만원의 가격을 요구했고, 혼다의 경우 국산차와 비슷한 5만원에서 10만원선에 교환할 수 있었다.
◇부족한 AS센터…할당대수 여전히 높아 = “수입차 AS를 맡기면 통상 한달 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수입차에 소비들이 느끼는 또 다른 불편은 서비스센터 부족으로 인한 긴 수리시간이다. 수입차 AS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부품조달도 여의치 않아 대기시간이 길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수입차 전시장은 총 45곳. 지난 2010년 대비 21%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총 255여 개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비스센터는 29곳(12%) 늘어난 250여 개에 그쳤다. 현재 가장 많은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BMW다. BMW는 현재 전국에 42개 전시장과 31개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 순천, 일산, 분당 등에 3개 서비스센터를 새롭게 오픈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국에 24개 전시장과 26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포드가 23개, 크라이슬러 21개, 아우디 19개, 캐딜락과 폭스바겐이 각각 18개, 도요타 렉서스는 17개의 직영·지정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푸조 15개, 혼다 14개, 닛산 6개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차동차 할당대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에서 직영서비스센터와 지정서비스센터, 협력정비업체를 모두 합친 개수를 나눈 서비스센터 1곳당 자동차 할당대수는 국내차업체들보다 수입차업체가 2~3배 가량 많았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중 10대 베스트셀링카의 평균 서비스센터 할당대수는 379.4대로 국산차 평균 할당대수인 170보다 2배를 넘어섰다. 서울은 그나마 사정이 양호한 편이다. 수도권 밖으로 나가면 서비스센터가 거의 없는 수입차 브랜드도 다수다.
국산차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공임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월들어 벤츠와 BMW가 시간당 공임을 20~30% 인하했다. 시간당 5만원대였던 수입차 공임이 4만원 초반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1시간 정비할 때 적용되는 공임비가 국내 업체의 평균 공임 2만3000원에 비하면 아직도 2배 정도 비싸다. 더욱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
한 수입차 정비소 관계자는 “수입차 정비가 국산차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입차 업체나 보험사마다 공임비 산정기준이 ‘제멋대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